♫ 유재하 - 그대 내 품에
제주에 온지 벌써 스무번 째 날이 되었다. 손가락꼽으며 기다린 것도 아닌데, 시간이 이렇게나 빨리간다. 집을 떠나 이렇게 오래있었다는 사실이 실감이나지 않는다.
오늘은 어제보다 날씨가 더 좋지 않았다. 거칠게 부는 바람에 창문이 덜컹거려 부셔질것 같았다. 무서워서 밤새 잠은 못자겠다, 라고 생각할 즈음 언제 잠들어버렸는지도 모르게 아주 잘~ 잤다.(하하하하) 아, 어제는 룸메가 없었다. 오늘도 없을 예정이다. 제주도에도 확진자가 점점 늘면서 여행을 취소하는 관광객들이 많아졌다. 일찍 왔던 것이 잘 한 일이었던 것일까.
흐리고 바람이 부는 우중충한날씨에, 멀리 나가지 않고 서우봉둘레길 걸었다. 으스스한 하늘과 서늘한 바람에 혼자걷는 길이 조금 무서웠지만, 서우봉 위에서 보이는 바다 풍경은 또 다른 멋이 있다.
서우봉에서 내려와 함덕 해변의 거리를 찬찬히 둘러보다가, 차가운 바람에 등떠밀려 카페로 들어갔다. 실내는 바람을 피해 들어온 여행객들로 북적였다. 영원할 줄 알았던 얼죽아(*얼어죽어도아이스아메리카노의 줄임말)를 탈퇴한 나는 뜨거 커피를 불어가며, 자리잡은 의자에 앉아 책과 함께 시간을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책 한권을 털어내고 숙소로 돌아가는길, 마트에서 우럭 한접시와 추천받은 제주의 술 한병, 육개장 사발면을 덜렁덜렁 들고 돌아왔다.
오늘을 잘 지내온 나를 위해 준비한 한상차림. 아는 맛이 더 무섭다고, 설명이 필요없는 아주 잘 아는 행복의 맛이다. 꿀떡꿀떡 잘넘어간다. 별거없는 하루의 화룡점정 이랄까.
" 오늘까지는 방 혼자 쓰시면 되고, 내일부터 3일예약 손님이 있어요! "
" 아!, 맞아요 사실,,, 제 지인이에요!!(하하하 )"
내일은 윤희 언니가 온다. 성격이나 취향이 비슷하여 마음이 잘 맞는 여행 메이트인데, 내가 제주 여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시간을 맞추어 함께 여행을 하기로 했던 것이다. 몇주 전 부터 준비한 여행이지만, 기승을부리는 바이러스로 여행을 취소할지 말지 고민이 된다는 얘길 전해왔지만, 취소하지 않기로 결정을 한 모양이다. 함께 호들갑을 떨 사람이 생긴다는 사실에 내일이 기다려진다. 오늘은 일찍 자야겠다.
오늘의 우당탕탕 제주도
서우봉둘레길-> 돈드림-> 스타벅스-> 유드림마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