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지나 다시 여름으로-
이안 : 피터팬! 언제까지 그렇게 떠돌아다닐 거야?
피터팬 : (....................... )
이안 : 그녀와 이별한 지 17개월이 지났잖아. 이젠 그녀를 잊을 만큼의 시간이 지난 거야!
피터팬 : 제주도에 내려가서 1년을 지내면, 잊을 수 있을 거라 믿었지만, 제주도의 푸른 하늘과 코발트색의 파란 바다는 오히려 실연의 아픔을 더 크게 자라나게 했어.
이안 : 제주도에서 서울로 돌아왔으니, 피터팬 너도 다시 네 현실로 돌아와야 해!
피터팬 : 전설 같은 신비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던 제주도의 바람과 무더위를 잊게 해 주던 여름날의 소나기는 북한산 아래의 작은 마을에서도 듣고 볼 수 있어. 하지만 아픔의 크기는 변하지 않고 마찬가지야.
이안 : 소중했던 추억들을 이젠 보내줘야 해, 피터팬! 네버랜드 같은 곳에서 끝도 없이 머물 순 없어.
피터팬 : 아픔을 느끼는 감수성의 크기는 사람마다 다른 거래. 나는 이곳을 벗어날 준비가 아직 되어있지 않아
이안 : 피터팬! 하지만, 네 안에서는 고통을 견뎌내는 인내심의 크기도 함께 자라고 있어!
피터팬 : 아픔의 크기가 줄어든다면 그건 인내심이 아니라 단지 무감각해지는 거야. 시간을 영원으로 늘려서 산다 해도 지나온 기억들이 무감각해진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겠어?
“인내심과 같은 특정 사람의 성격을 떠나, 아픔에 대한 감수성이랄까? 고통에 반응하는 정도는 사람마다 다 달라요. 그래서 같은 크기의 아픔에도 사람에 따라서 다른 사람보다 훨씬 더 괴로울 수 있어요. 그래도 잘 참아냈어요...”
- 피터팬 : 내가 갖고 있는 고통에 대한 감수성의 크기가, 실제 아픔이 갖고 있는 고통의 크기보다 훨씬 더 큰 것인지도 모르겠어..
- 이안 : 아픔에 대한 감수성이 큰 만큼, 피터팬 너는 아름다움에 대한 감수성도 크니까 더 많은 아름다움을 느끼며 살 수 있었잖아. 인생에서 고통은 아름다움에 대한 슬픈 보상인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