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지역신문사를 운영하는 대학 친구가 놀러 왔다. 녀석은 고대 무역 88학번 동기 중에서, 인물이 훤하고 제일 잘생긴 놈인데, 이상하게 결혼을 안 하고 산다. 그래도 의리는 있어서, 두 달에 한 번꼴로, 혼자 사는 피터팬의 생사를 확인하러 잠깐 내려와서 ((그렇지 않아도 빠듯한 피터팬의 삶림을 축내면서, 이것 저것을 얻어먹다가~)), 인천으로 다시 올라간다. 이번에도 내려와서, 내가 하두 투덜대니까, 내게 돼지고기 오겹살을 사주었다.
((‘짜식, 이왕 왔으면, 광어회 한 접시는 사주고 가야지, 돼지고기라니!!물론 제주 돼지고기면, 서울 소고기 못지않지만, 그래도 요즘은 물고기가 땡기는데..쩝 ㅠㅠ ’))
아쉬움을 달래면서 녀석과 함께 표선의 자랑 ‘제주촌집’으로 향하는 길에, 은하계 최고 미녀 약사님이 계시는 약국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나 : “창우야, 술 마시기 전에, 우리가 중요한 대사를 치러야 하겠는데,,,
쩌그,, 약국에 들러, 숙취해소 음료 하나 먹어야 되지 안 컸냐?우리 나이엔 그런 거 좀,, 챙겨 먹어줘야 해 ~! “
친구 : ”야, 사나이가 얼마나 허약하면 그런 걸 먹냐? “
((이 눔은 눈치도 없게, 내가 가자면 그냥 갈 것이지. 가수 김종국이 뺨치는 나 같은 강철 체력이, 숙취 음료를 사러 약국 가겄냐? 다 이유가 따로 있지!))
라고 생각하며, 싫다는 녀석을 억지로 끌고 약국으로 갔다.
그런데 약국에 오기 싫다는 녀석이, 약사님을 뵙자마자 갑자기 돌변하더니,
친구 :“약사님, 제가 여기 얼굴에 뾰루지가 나서 확 뜯었는데,
피가 나떠욥. 아파욥 ~~아파욥~~ 흑흑...
나 : ((뭐여?지금 혀 꼬고 말한 겨?? ))
약사님 : “호호호호호호!!어디 보자, 뭘 드리면 좋을까?‘
친구 : 약사님 실력 있다고 소문 듣고 왔는데, 완치해 주떼 엽~~
나 : ((우웩~~ 토 쏠리는 이 상황 뭥미?))
약사님 : ; ’호호호호호호호, 이거 발라 보세요.‘+ ’ 해맑은,미소~ 미소~‘
도대체 이 황당한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나 혼자서는 미녀 약사님을 뵈러 갈 용기가 없어서, 훈남 친구랑 같이 가서, 약사님한테 호감 좀 사볼까 했는데, 약사님은 ’ 신문사를 운영하는 대표이사‘이자, 대학 시절부터 ’ 안암동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라고 불리던, 친구 놈한테만 호감을 보이신다.
((’ 나한테는 한 번도,저렇게 환하게 웃지 않으셨는데!
으.. 부들부들!!!! ,,,,,한 여름에 열폭하는 이 상황 뭐야?‘))
친구 : ”약사님 그리고 제 친구는요. 몸이 허약해서 숙취음료 하나 주세요.
남자가 저렇게 체력이 약해서야 쯧쯧 “
나 : (’ 배반자 녀석!, 결혼 생각 없다면서, 은하계 최고 미녀 약사님을 뵈니까,
의리도 뭐고 없구나!‘ 나. 쁜. 놈.)
[제주 촌집]으로 들어가서, 연탄구이에 오겹살을 굽는데 기분이 안 좋았다.
나 :”창우야 니, 우찌 그러냐? “
”내가, 표선면 약사님한테 마음 있는 거, 알어 몰러?“
”니가 그렇게 선수를 쳐버리면, 나는 낙동강 오리알 되는 겨여~~? “
”게다가 니는 결혼 생각도 읎다면서 ?“
”아무리 30년 지기 친구라 해도, 상도의라는 게 있는 겨~~, 니는 상도의도 몰러~? “
”내가, 먼저 약사님을 좋아하고 있었는데, 니가,,,거 뭐시냥,, 측면 지원을 해주지는 못할망정,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 풀라고 허면, 그건 배반이여! 배반! 니, [넘버 3] 우리 송강호 형님 대사 못 들어 봤냐~~?
“배..배배..배배배배뱁배...배신이야! 배신!!‘
친구 : ”피터팬아~,나는 전혀 몰랐어. 그럼, 도와 달라고 말을 하지~.
그럼, 우리 내일 다시 가서, 내가 니 꼬붕처럼 할 테니까.
니가 약사님한테, 사나이의 강한 모습을 잘 보여봐~~“
나 : (입 찢어짐, 환한 미소)
“음... 그려?확실혀? 그거 괜찮으네 !! 역시! 30년 지기 친구가 좋은 겨~~~”
“친구야 사랑한다. 우리 우정은 변치 않는겨? 알겄지?”
밤에 집을 돌아와서, 잠을 뒤척이는 데 고민이 많았다. 어떻게 약사님의 호감을 얻을 수 있을까? ’ 정(情)이라는 이름의 초코파이‘를 하나 쓰~~윽 내밀면서, ’씨~~ 익‘ 눈웃음을 쳐 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