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두 아이를 키울 때
아이들이 신생아이던 그 시절에
새근새근 자고 있는 아이가
혹시 숨을 쉬는 게 맞나?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많이 있었다.
이혼을 하고 얼마 전부터 부모님 댁에 들어와 살면서
기력이 쇠약하신 구순의 아버님이 낮잠을 주무시는 걸 자주 보게 되는데
그럴 때면 아버님이 숨을 제대로 쉬시는 게 맞나
가만히 가서 확인을 하게 된다.
4년 전 이혼을 할 때,
두 아들이 중학생 고등학생이었으니 폭풍 성장기였고
그 후 4년 동안 아이들을 보지 못했다.
어쩌면 이제 다시 만난다 해도 두 아이들을 알아보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버지의 굽은 등과 머리숱이 많이 빠진 뒷 머리,
군시절에 크게 다친 허리 부상으로
가만가만 다리를 절며 걷는 모습은
아주 멀리 동네 밖 어귀에서 뵈어도
'아! 우리 아버지가 저기 서 계시는구나!' 하고 알아볼 수 있다.
나는 나의 두 아이들에게
멀리서도 나를 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지 못한 삶을 살고 있다.
원망 가득한 가을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