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시작한 것은 끝이 있듯,
드디어 가을이 왔다
2024년 여름은 도저히 견디기 힘들 만큼 무더웠다.
하지만,
9월로 접어들면서
밤 10시가 넘어 여름의 열기가 식어갈 무렵이면
제법 초가을의 냄새를 머금은 바람이 분다.
게다가 자정이 넘어
밤하늘을 보면 황소자리에
목성과 화성
그리고 황소자리의 주별인 알데바란이 육안으로도 환히 보인다
아무리 지리했던 무더위라도 제자리에 있어야 할
별들이 없었겠냐마는
올여름에는 여름 별자리를 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작년 여름 서울로 오고 나서 밤하늘을 지켜보는 밤보다
병드신 아버님의 숨소리를 듣는 게 더 소중했기 때문이다
5년 전,
아버님의 거동이 지금처럼 힘들지 않았던 그 시절에
서울을 떠나 제주도에 혼자 머물던 시절엔
홀로 지새는 밤이 외로워 늘 별자리를 찾았었다.
제주도 표선면의 월셋집 베란다에서 이런저런 별자리를 보면서
수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마음이 끌리는 대로 이름 모를 어느 오름까지 나가서
무수한 여름 밤하늘 별들에 마음 설레어하기도 했다.
그 시절엔 아직도 MBC 라디오 동료들과 연락이
되던 시절이어서
MBC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 별밤지기에게
제주도 푸른 밤하늘의 별을 찍어 보내기도 했었다.
그때는 내가 다시 서울로 가서
라디오 PD를 계속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어림짐작으로
하기도 했었으니까,
하지만, 지난 5년 한 인간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많을 걸 잃었다
사람도.. 추억도
다시,
가을이 오고 있다.
이젠 늦은 새벽 가을 별자리도 찾으며
아버님의 잠자리 숨소리도 같이 들을 수 있는 능력자가 되었다
그러니,
올 가을엔
더 이상 누구도 떠나보내지 않는 능력이
생기길 기도한다
지난 5년 내게서 모든 걸 앗아갔던
사람도.. 추억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