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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안 Sep 18. 2024

소원

-죽어도 난 아닌가요-

MBC 라디오에서 PD로 일할 때

별밤에서 김현성의 [소원]이나 이기찬의 [PLEASE] 같은

노래를 자주 선곡했었다.


별밤을 듣는 그 시절의

예민한 감성의 학생들에게

이런 노래들이 그들의 섬세한 감성을

치유해 주길 바랐었다.


[이적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할 때

교실 콘서트를 라는 특별한 콘서트를 매주 했었는데

당시에 프로그램 PD였던 선배가

초짜 AD였던 내게

'이안아, 교실 콘서트는 네가 맡아서 해보렴,

가수들 섭외도 네가 다 해도 되니까

나름 역량을 발휘해 봐~'


라고 얘기해 주셔서

이적과 별밤을 하는 6개월 동안,

당시 인기 있던 가수, 내가 좋아하는 가수 등을

원 없이 섭외할 수 있었다.


당시는 그랬다.

MBC 라디오 별밤입니다.

하면 어떤 가수 매니저라도,

"무조건 나가겠습니다"라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섭외의 어려움보다는 섭외한 뮤지션들을

별밤을 애청하는 청취자들이 좋아해 줄지가 더 큰

고려사항이었다.


한 번은 강서구 어딘가에 있는 여고에서

교실 콘서트를 했었는데

고2 여학생에게 편지를 받았었다.


당시엔 나도 나름 김수현 못지않은

훈남에, 송중기 못지않은 귀여운 얼굴이었으니,

고등학교 여학생들의 마음을 흔들었음이 당연할 거라는..... 흠흠


하지만, 답장을 하지는 않았다

당시는 핸드폰도 없었고, 

그 학생과 연락을 하려면 편지 밖에 없었는데

내가 답장을 해서 그 어여쁜 여고생의 고등학교

생활을 혼란으로 빠뜨리고 싶지가 않았다.

(아마 이안 PD는 무심한 나쁜 놈으로

기억되었을 거다)


이안작가는 지금

김현성의 소원을 듣고 있다

실로 오랜만에.


2024년 9월 추석.

보름달을 떴지만,

열대야에 무더위는 진행 중이다.


내가 이적과 별밤을 하던 그 시절로부터 25년이 지났

그 사이 지구별에 큰 기후변화가 있었다.

이러다가 봉준호의 <설국열차>라도 타야 되는 건 아닌지

걱정될 만큼 기후가 바뀌고 있다.


영화에서는 기후위기를 심각하게 보면서도,

우리 삶 속에는 익숙해져버려

그냥 그저 그렇게 지나치기도 하는데,

이안작가에겐

[이적의 별밤]을 할 때의

1997년의 추석과

2024년 추석의 날씨가 너무나 변한 게

많이 우려스럽다.


그래도 '달님나라'에는 이상이 없는지

올 추석에도 보름달이 떴다.


내 생애(55년) 가장 더운 추억이었고

비가 오는데도 보름달은 보인다.

암튼 이런 것도 특별하다고 할 수 있으니

달님에게 더욱 특별한 소원을 빌어야겠다!!      


(독자분들 중에 그동안 이안의 고단한 삶을 추적해 주신 분은

이해하시겠지만, 1997년 별밤 PD였던 이안과 지금의 이안은

많이 바뀌었다. 그리하여, 이안의 소원이 상당히 세속적임에 용서를 빈다. )


“비나이다 비나이다 달님,

저, 큰 욕심 없습니다.

위대한 달님 입장에서는

아주 소탈하고 작은 소원입니다     


제발 로또(한국 로또 말고 미국 로또 당첨금 1조)

당첨되게 해 주시옵고

제가 100만 원어치 산 주식, 백만 배만 오르게 해 주옵시고

그 모든 돈을 다 엔비디아에 투자하면

엔비디아가 다시 100배 오르게 해 주옵시고,,,     


저 진짜 큰 욕심 없습니다.

아리따운 세젤예 애인이랑 백년해로하게 해 주옵시고

예쁜 애인이 저 떠나지 않게 해 주옵시고

애인이 그만 만나자는 말하지 않게 해 주옵시고

애인이 저만 사랑하게 해 주옵시고...     


저 진짜 큰 욕심 없습니다.

이왕이면 애인이랑 찐한 사랑도 할 수 있게

(저 5년 동안 홀아비.. 독수공방... 아시죠?)

힘차게 달리는 종마의 강인함을 주옵시고

저 역시 우주의 종말 그 순간까지

영원히 그녀만을 사랑하게 해 주옵시고...     


달님, 저 정말 큰 욕심 없습니다.

하지만 위 모든 걸 들어줄 수 없으시다면,,,,,


나를 떠나려는 그녀가,

혹시라도 나로 인해 마음 아프지 않게

그녀에게서 저에 대한 기억을 다 지워주시고,     


저는 그저 그녀를 먼발치에 가끔씩이라도

그녀를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되게 하여 주옵소서     

비나이다

두 손 모아 비나이다."




지난 5년의  고단한 삶에

무릎이 꺾여

돈밖에 모르고

욕정으로 가득 찬 동물로 변한

이안에게,,


순수한 아침 옹달샘 같았던

소중한 그녀에게....



#끝없는 #사랑

#endless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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