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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안 Sep 28. 2024

가을의 기도

-모과나무 신령님께 비나이당!!!-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로

부모님이 이사 오신 건 1994년 봄이었다.


당시 대학 졸업을 한 나는

삼성동에 있는 한국무역협회에 취업이 되었고

내가 출근하기 편하도록

부모님은 새 직장 근처 아파트 단지로 이사를 오셨다.     

 

이후 2002년 결혼을 할 때까지

이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았다.


2020년 이혼 당시에는

다시 이 집으로 들어올 엄두를 내지 못했다.      

부모님 뵙기도 민망했고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다.

제주와 순천 광명 월정사 종로구 이곳저곳을 4년간 전전하다가

작년 여름부터 이 집에 다시 들어와서 살고 있다.      


그러니까, 이 집에서 1994년부터 딱 10번의 가을을

보내게 되는 셈인데,

가을이면 꼭 다시 돌아보게 되는

단지 내 모과나무가 한 그루가 있다.      


이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10여 년의 기간 동안

열 번의 가을을 보내면서

이 나무를 보면서 여러 번 간절한 기도를 했기 때문이다.      


유난히 가을 울렁증이 심했던 나는

[가을이 오면]이라는 이문세의 노래가 나올 즈음이면

아름다운 여인에게 짝사랑 같은 감정을 품었었고,


여러 해 늦은 밤 취해 집으로 돌아오면서

집 입구에 서 있는 이 모과나무의 열매들이

가로등에 더욱 주황색을 빛낼 때

마음속 깊이 간절한 기도를 여러 번 했었다.      


그 여인들의 이름은,,

엄정화, 핑클, SES, 고소영, 전도연,

해외로 발을 넓히면

줄리아로버트, 데미무어, 맥라이언 등등...     

하지만, 모과나무 신령님의 능력이 신통찮은 건지,

내 기도가 부족했던 건지..

그녀들과의 사랑은 이뤄지지 않았었다


그리고, 딱 한번 소원이 이뤄졌었는데

지금은 그 사랑과도 이별을 했고,

이후, 그다지 누굴 만나고 싶지도 않았고

또, 내가 누굴 만날 경제적 능력이 되지도 않았기에

아파트 단지 내 모과나무를 살펴보지 않았다     


하지만 올 가을

밤늦은 시간 집으로 돌아올 때면

이 나무를 꼭 다시 올려다보게 된다.     


‘그녀도 날

아끼고 사랑해 줄까?’     

하며 간절히 기도하고 싶은 사람이 생겼기 때문이다.     


‘하느님, 부처님, 용왕님, 산신님, 나무혼령님,

아파트단지 재물신님... 등등...'


'제발 그녀도 저를 많이 사랑하고 좋아하게 해 주세요’      


‘너무나 오랜만에 다시 찾은 이 소중한 사랑은

정말 놓치고 싶지 않아요...’


PS, 그런데 그녀는 누구일까?


#뉴진스민지?

#에스파카리나?

#눈물의여왕 #김지원?

#설마 눈물의여왕 #이미숙이모님은 아니겠지?


#암튼 #설레는 #가을이왔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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