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기도
-모과나무 신령님께 비나이당!!!-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로
부모님이 이사 오신 건 1994년 봄이었다.
당시 대학 졸업을 한 나는
삼성동에 있는 한국무역협회에 취업이 되었고
내가 출근하기 편하도록
부모님은 새 직장 근처 아파트 단지로 이사를 오셨다.
이후 2002년 결혼을 할 때까지
이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았다.
2020년 이혼 당시에는
다시 이 집으로 들어올 엄두를 내지 못했다.
부모님 뵙기도 민망했고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다.
제주와 순천 광명 월정사 종로구 이곳저곳을 4년간 전전하다가
작년 여름부터 이 집에 다시 들어와서 살고 있다.
그러니까, 이 집에서 1994년부터 딱 10번의 가을을
보내게 되는 셈인데,
가을이면 꼭 다시 돌아보게 되는
단지 내 모과나무가 한 그루가 있다.
이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10여 년의 기간 동안
열 번의 가을을 보내면서
이 나무를 보면서 여러 번 간절한 기도를 했기 때문이다.
유난히 가을 울렁증이 심했던 나는
[가을이 오면]이라는 이문세의 노래가 나올 즈음이면
아름다운 여인에게 짝사랑 같은 감정을 품었었고,
여러 해 늦은 밤 취해 집으로 돌아오면서
집 입구에 서 있는 이 모과나무의 열매들이
가로등에 더욱 주황색을 빛낼 때
마음속 깊이 간절한 기도를 여러 번 했었다.
그 여인들의 이름은,,
엄정화, 핑클, SES, 고소영, 전도연,
해외로 발을 넓히면
줄리아로버트, 데미무어, 맥라이언 등등...
하지만, 모과나무 신령님의 능력이 신통찮은 건지,
내 기도가 부족했던 건지..
그녀들과의 사랑은 이뤄지지 않았었다
그리고, 딱 한번 소원이 이뤄졌었는데
지금은 그 사랑과도 이별을 했고,
이후, 그다지 누굴 만나고 싶지도 않았고
또, 내가 누굴 만날 경제적 능력이 되지도 않았기에
아파트 단지 내 모과나무를 살펴보지 않았다
하지만 올 가을
밤늦은 시간 집으로 돌아올 때면
이 나무를 꼭 다시 올려다보게 된다.
‘그녀도 날
아끼고 사랑해 줄까?’
하며 간절히 기도하고 싶은 사람이 생겼기 때문이다.
‘하느님, 부처님, 용왕님, 산신님, 나무혼령님,
아파트단지 재물신님... 등등...'
'제발 그녀도 저를 많이 사랑하고 좋아하게 해 주세요’
‘너무나 오랜만에 다시 찾은 이 소중한 사랑은
정말 놓치고 싶지 않아요...’
PS, 그런데 그녀는 누구일까?
#뉴진스민지?
#에스파카리나?
#눈물의여왕 #김지원?
#설마 눈물의여왕 #이미숙이모님은 아니겠지?
#암튼 #설레는 #가을이왔다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