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는 비에 젖어-
낮술이 과해
까무룩 잠이 들었다 숙소에서 나와보니
골목마다 어둠이 나리고
목포항의 밤이 깊어 가네
목포의 구도심 일본거리를 걷다 보면
1930년대 친일파 부잣집의 알량한 도련님이라도 된 냥
불온하고 센치한 기분에 사로 잡히네
이 밤이 지나면
다시 서울에 가서
신용불량자 아들 신세로 불효를 해야 할 생각에 마음이 무거운데,
5년 동안 연락을 끊었던 곱던 전 처의 얼굴이
가슴에 사무치네.
목포의 이 밤이 지나면 당도할
서울의 오늘 밤은
온당하게 센치한가 ?
<비에 젖어가는 목포 구도심의 일본인 거리 : 적산가옥의 흔적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