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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안 Sep 29. 2020

[춘천 가는 기차]와 '천재 뮤지션'
김현철

-스타가 사랑한 최고의 가사 한 줄. 9 with 김현철 (1부)-

피터팬 PD가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학생들로 구성된 스쿨밴드가 제법 인기가 있었다. 특히 학교 축제 때 무대에 오른 스쿨밴드의 잘생긴 보컬은, 동네 여학생 사이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누리던, '동네 스타'였다. 필자가 다녔던, 서울 대치동에 위치한 [단대부고]에도 스쿨밴드가 있었는데, 강남의 8 학군에서는 제법 이름을 날리던, ‘각시탈’이라는 밴드였다. 


각시탈 출신 중에는 실제로 가수로 데뷔해서, 앨범을 낸 후배들도 여럿이 나왔다. 1980년대 후반 세계 팝 시장의 분위기가 그랬듯이, 당시에 국내 대부분의 고등학교 밴드에도, 해외의 헤비메탈 음악을 광적으로 좋아하던, 혈기 왕성한 고등학생들이 넘쳐났다. 


그래서 공연을 하면, 무조건 센(!) 음악으로,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면서’ 달리는 경우가 많았다. 당시에 헤비메탈에 대한 남자 고등학생들의 사랑이 너무 깊다 보니, 한 고등학교 안에 대표 밴드 외에도, 여러 군소 밴드들이 더 있었다. 그러다 보니, 1986년 단대부고 축제에서는, 어느 밴드가 헤비메탈을 더 '쎄고 강력하게(!)', 부를 수 있나 경쟁을 벌이다가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피터팬 PD와 같은 반이었던, 손성훈이라는 친구가 학교 축제에서 무대에 올라, 레드 제플린의 [Stairway to Heaven]을 불렀는데, 객석의 제일 앞 줄에서는, 인근의 [숙명여고]와 [진선여고]에서 온, ‘은하계 최고의 미녀 여학생’들이, BTS 팬들 저리 가라 할 만큼 열렬한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이에 내 친구 성훈이는 너무 ‘필’을 받아서, 갑자기 괴력이 생겨났는데, 굵은 쇠막대기로 된 마이크 스탠드를, 손쉽게 뚝 부러뜨렸고, 부러진 마이크 스탠드에 본인도 놀랐고, 학교 선생님도 놀랐고, 다만 객석에 있던 미모의 여학생들만이, 성훈이의 카리스마에 까무러치는 일이 발생했었다. 


이후 피터팬의 반 친구 손성훈은, 하늘을 찌르는 가창력과, 쇠 몽둥이도 부러뜨리는 괴력(?)에 힘입어, 실제로 가수에 데뷔했고, [천년의 사랑]이라는 히트곡을 발표하기도 했다.  


<1980년대 고등학교 밴드라면 반드시 불러야 했던, [Stairway To Heaven]은 레드 제플린의 4집(1971)에 수록되어 있다. 이 앨범에는 ‘록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곡’이라는 <Stairway To Heaven> 외에도, 부활의 보컬 박완규가 즐겨 불렀던 <Block Dog>등의 명곡이 수록되어 있다.(사진 : 레드제플린 4집 앨범>


이처럼, 누가 더 센 음악을, 더 강력하게 부를 수 있나 대결하는 게 대세인 세상 속에서, 이웃 남학교 ‘영동고’에는, 순수 자작곡으로 이미 콘서트까지 마친 <아침 향기>라는, 그 이름도 나긋나긋했던 밴드의 리더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천재 고등학생 김현철이었다!      


서울 MBC 라디에서 25년 동안 음악 PD로 일했던, 피터팬 PD가 가장 편하게 생각하고, 또 좋아하는 뮤지션 중의 한 사람은 바로, '천재 고등학생'이었던, 뮤지션 김현철이다. 김현철이 그의 명곡 <춘천 가는 기차>가 수록된 1집 앨범을, 동아기획을 통해 발표한 것은, 그가 만 스무 살이던 1989년 여름이었다. (김현철은 피터팬 PD와 동년배로, 1969년 생이다)     


김현철의 1집 앨범에는, 연인들 사이에서 ‘가자, 춘천으로! 기차를 타고~’라는, 춘천행 열풍을 만들어 내기도 했던, <춘천 가는 기차> 외에도,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삽입되면서, 30년 만에 음원차트에 상위에 오른 <동네>, 퓨전 재즈의 세련된 전주가 발군인, <오랜만에>등의 명곡이 다수 수록되어 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김현철 1집은, <한국 대중음반 100대 명반> 선정할 때, 늘 10위권에 랭크되는 완성도가 높은 앨범이기도 하다.      

피터팬 PD가 김현철을 친구처럼 편하게 생각하면서도 좋아하는 이유는, 그와 나는 서로를 너무 자주 봤기 때문이다. 가수 김현철이 MBC 라디오에서 프로그램 DJ로 명성을 날리며, 활약했던 기간은 무려 10년을 넘어서, 지난해 ‘브론즈 마우스’(MBC 라디오에서 10년 이상 DJ를 한 진행자에게 주는 특별상. DJ에게는 큰 영예이다)를 수상하기도 했는데, 그만큼 피터팬 PD와 김현철이, 함께 보낸 시간이 많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지금은 친구처럼 지내지만, 필자가 대학교 시절에 김현철 1집 <춘천 가는 기차>를 처음 들었을 때의 감동과, 동년배의 천재 뮤지션 김현철에게 품게 된 경외의 마음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나른한 듯하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 세련되고 유려한 재즈 편곡, 그리고 우리 세대의 일기장 같은 진솔한 가사 등이, 단번에 피터팬 PD에게도 최애 노래가 되어버렸다. 특히,      


춘천 가는 기차는 / 나를 데리고 가네
오월의 내 사랑이 / 숨 쉬는 곳
지금은 눈이 내린 / 끝없는 철길 위에 
초라한 내 모습만 / 이 길을 따라가네     


라는 낭만적인 가사는, 대한민국의 모든 남녀에게, '연애에 성공하려면 반드시 연인과 함께, 춘천행 기차를 타라'라고 유혹하고 있었다.    


그곳에 도착하게 되면 / 술 한잔 마시고 싶어
저녁때 돌아오는 / 내 취한 모습도 좋겠네     


라는 2절 가사도 인기를 끌었는데, 피터팬 PD 역시, 춘천에서 예쁜 여자 친구와 함께, 닭갈비와 소주 한잔을 마시고, 아름다운 노을 바라보면서 서울로 돌아오는 낭만적인 상상을 했던 거 같다. 


<천재 뮤지션 김현철이 스무 살의 나이에 발표한 1집. 1990년대에 발표된 가요 앨범 중 가장 뛰어난 앨범 중 하나. 수록곡 8곡을 김현철이 모두 작사, 작곡했으며 <춘천 가는 기차> 외에도, <오랜만에>, <동네> 등의 히트곡이 수록되어 있다. 사진=김현철 1집 앨범 >


하지만 언제나 상상과 현실은 다른 법이라서, 피터팬 PD가 다녔던 안암동의 막걸리 대학교에는, 낭만적인 춘천행 기차를 타보자는 친구는 단 한 명도 없었고, 오로지 단체 합숙소와도 같았던 대성리의 MT촌에서, 밤새도록 막걸리를 부어라 마셔라 하면서, ‘농민가’와 ‘광야에서’를 목이 터져라 불렀던 기억밖에 없다.    


다행히도 대학시절의 그런 갈증과 아쉬움은, 서울 MBC 라디오 PD로 입사하면서 해소될 수 있었다. 피터팬 PD가 입사했을 당시에, 마음속으로 늘 짝사랑하던 동년배 김현철은, MBC FM에서 [디스크 쇼]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큰 인기를 얻고 있었다. 


그가 1993년 늦가을에 발표한 시적인 제목의 3집 앨범, [횡계에서 돌아오는 저녁] 속 타이틀곡, [달의 몰락]이 엄청난 히트를 치면서, 스타덤에 올랐고, 이에 MBC 라디오는 아직 대학생이던 김현철을 재빨리 DJ로 기용했고, 결과는 대 성공이었다.      

    

당시에 KBS에서는 [푸른 하늘]의 유영석, SBS에는 윤종신, 그리고 MBC에는 김현철이 라디오를 진행했는데, 

각자 나름의 개성과 색깔이 있어서 다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었지만, 역시 MBC 라디오의 김현철이 진행하는 [디스크 쇼]를, 타 방송사의 프로그램들이 따로 올 수는 없었다. 게다가 김현철은 심야에 부드러운 목소리와, 특유의 어정쩡한(?) 개그감으로, 청취자들에게 피식피식 멋쩍은 웃음 한 두방씩은 꼭 날려줬었다.      


한국뉴스의 특별기획 <스타들이 사랑한 최고의 가사 한 줄>의 칼럼을 쓰기 위해서, 김현철과 최근에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피터팬 PD와는 사적으로도 친분이 두텁기에, 편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천재 뮤지션 김현철’이라는 명성이 있는 만큼, 


“이미 어린 나이부터 가수의 꿈을 키워오지 않았느냐?”


라는, 질문을 먼저 했다. 

그런데 전혀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한국 대중음악 명반> 12위에 당당히 오른 앨범을, 그것도 약관의 이른 나이에 발표한 천재 김현철은, 과연 어떤 대답을 들려줬을까? 


<천재 뮤지션 김현철은, 현재 MBC FM에서 오전 11에 방송되는 [골든 디스크]의 DJ를 맡고 있다>




* 음악 PD 피터팬은, <스타가 사랑한 최고의 가사 한 줄>이라는 음악 칼럼을, 인터넷 신문사 <한국뉴스>에도 

연재하고 있다. 


 http://www.24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20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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