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에르케고르]10.나는 어떤 존재로 남을 것인가?

— 실존의 끝에서 묻는 마지막 질문

by 이안

1. 철학적 인트로 — 죽음 앞에서 드러나는 진실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니라, 삶의 진실을 드러내는 거울입니다. 우리는 죽음을 생각할 때 비로소 “나는 누구였는가?”, “나는 어떻게 살았는가?”를 묻습니다. 키에르케고르는 이 마지막 질문 앞에 평생을 놓았습니다.


그에게 철학은 무엇을 알았는가 보다,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믿으며, 어떻게 절망했는가를 드러내는 실존의 고백이었습니다. 소크라테스가 죽음 앞에서 담담히 말했던 것처럼, 키에르케고르 역시 자기 존재 전체를 한 문장으로 남기려 했습니다.


2. 시대적 맥락 — 신의 그림자 속에서 살아야 했던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신을 사랑했지만, 그 사랑은 축복이 아니라 고통이었습니다. 19세기 중반, 이미 유럽은 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있었습니다. 계몽주의, 유물론, 역사비판 신학이 신의 권위를 허물고 있던 시대. 그는 알았습니다. 신을 말한다는 것이 시대착오라는 것을.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나는 신을 설명할 수 없다. 그러나 나는 그분 없이 살 수 없다.”


그는 믿을 수 없는 시대에 믿음을 말한 자였습니다. 그렇기에 그의 철학은 고통스럽고, 파편적이며, 종종 절규처럼 읽힙니다. 그러나 그 안에 깃든 것은 단 하나의 의지—“신 없는 세계에서, 나는 여전히 신을 부르겠다.”

3. 사상의 중심 — 실존의 끝에서 남는 것


키에르케고르는 인간의 삶을 단순한 선택의 연속이 아니라, 존재 전체를 걸고 응답하는 실존적 결단이라 보았습니다. 그는 미적 단계의 회피, 윤리적 단계의 책임, 그리고 종교적 단계의 고독을 통해, 인간이 궁극적으로 무엇으로 존재하게 되는가를 물었습니다.

그는 『죽음에 이르는 병』에서 말합니다:


“자기 자신이 되지 못하는 것, 그것이 절망이다.”


이 말은 단지 심리적 우울의 진단이 아닙니다. 그것은 신 없는 시대에 내가 누구인지를 모르는 고통, 내가 나로서 살아가지 못하는 시대의 병리를 찌르는 철학적 진단이었습니다. 그러므로 키에르케고르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도 자신을 정의하려 들지 않았습니다. 그는 오직 묻고, 응답하려 했습니다:


“나는 결국 어떤 존재로 남을 것인가?”


4. 철학의 전환 — 소크라테스와의 마지막 문답


소크라테스: "나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네. 진리는 죽음 너머에도 있으니까. 그대는 죽음을 어떻게 보는가?"


키에르케고르: "저는 죽음을 매일 살아냈습니다. 신이 없다는 가능성을 매 순간 견디며 살았지요. 그것이 제 철학입니다."


소크라테스: "신은 그대에게 끝없는 의문이었나? 아니면 마지막 안식처였나?"


키에르케고르: "둘 다였습니다. 신은 제 안의 심연이었고, 유일한 대답이기도 했습니다."


소크라테스: "그대는 결국 철학자가 되었는가, 신앙인이 되었는가?"


키에르케고르: "저는 철학을 통해 신에게 다가가려 했고, 신앙으로 철학을 태우려 했습니다. 그러니 저는 존재로 남고 싶습니다. 하나의 말보다, 하나의 고뇌로."


5. 현대적 연결 — 실존이 묻는 마지막 질문


오늘날 우리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수없이 반복하지만, 끝내 답하지 못합니다. 키에르케고르는 그 물음에 대답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그 물음 자체로 존재했습니다.


우리는 의미 없는 정보와 자기 과시에 파묻힌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자기 자신이 되려 하지 않고, 남이 보는 나를 따라갑니다. 그 결과, 우리는 깊이 절망하고도 그 이유조차 모릅니다. 그때 키에르케고르가 묻습니다:

“당신은 당신이 되었습니까?”


6. 왜 이 질문이 중요한가



1) 자기 자신이 된다는 것은 단순한 자아실현이 아니라, 존재의 심연에 닿는 결단입니다.
예: 우리는 직업, 외모, 역할로 자기를 설명하지만, 그 모든 껍질을 벗겼을 때 남는 "나"는 누구인가? 키에르케고르는 이 질문이야말로 인간 존재의 핵심이라 봤습니다.


2) ‘나는 어떤 존재로 남을 것인가’는 삶의 마지막이 아니라, 매일의 선택을 바꾸는 물음입니다.
예: 오늘 하루의 삶이 내가 되고자 하는 존재의 방향과 맞는가? 키에르케고르는 철학이란 그런 질문을 매일 하는 훈련이라 말했습니다.


3) 신 없는 시대일수록, 더 근원적인 믿음과 고뇌가 필요합니다.
현대는 신을 잃었지만, 의미를 잃고 절망합니다. 키에르케고르는 그 틈에서 다시 묻습니다—신을 믿지 않아도 되는가? 아니, 믿지 않고 살 수 있는가?


7. 시리즈 종결 메시지,

철학은 끝났는가, 아니면 시작하는가?


소크라테스와 키에르케고르, 두 철학자는 시대도 방식도 다르지만, 삶 전체를 던져 사유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이성을 통해, 키에르케고르는 실존을 통해 진리를 물었고, 우리는 그들의 대화를 통해 철학이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살아가는 방식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이제 질문은 우리에게 남습니다:
“당신은 어떤 존재로 남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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