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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한 날, 집 한 채 샀습니다-전편

백화점 대신 부동산에 달려간 날

by 시크릿져니

그렇게 너무 갖고 싶었던 매물을 눈앞에서 놓치고 말았다. 기회가 사라졌다는 허탈함에 마음 한켠이 뻥 뚫린 것처럼 멍해졌다.


마음속으로는 무조건 이번 달 내로 매수하기로 결심했는데...(블로그에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선언한 바 있었다.) 별다른 성과 없이 마지막 주가 다가오고 있었다. 정말 나한테도 좋은 집이 다시 찾아올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다시 새 매물이 올라오기만을 기다렸다.


다행히도 천 세대가 훌쩍 넘는 대단지라, 언젠가는 또 좋은 물건이 나올 거라는 희망은 남아 있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부동산 앱을 열어보며 체크하고 또 체크했다.


한 단지에서만 열 개가 넘는 매물을 보다 보니, 이제는 새로운 매물 정보만 봐도 타입과 향, 층, 라인까지 머릿속에 바로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 내가 가장 마음에 들어 했던 ***동의 D타입만 나와준다면...그땐 절대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던 며칠 후, 드디어 나타났다. 원하던 동, 원하던 향, 심지어 층수까지 완벽한 매물이었다. 스크롤을 내리는 손이 떨릴 정도였다.


아침 9시.
참지 못하고 부동산에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네이버부동산 보고 연락드리는데요, 혹시 이 매물 아직 남아있나요?"
"네, 아직 있어요."
"언제 볼 수 있을까요? 다른 사람보다 빨리 보고 싶어서요."

"그 매물은 저만 갖고 있는 단독 매물이에요. 아직 예약 안 잡혔습니다."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이건 정말 기회일지도 몰라.


알고 보니 부동산 소장님은 해당 단지의 조합원이라고 했다. 그 말 한마디에 이미 이 단지의 과거와 미래를 꿰뚫고 있는 분이란 신뢰가 생겼다. 나의 가용자금과 매수 목적에 대해 얘기하자, 올라온 매물들 간의 장단점을 속사포처럼 분석해 주기 시작했다.


그리곤 이렇게 말하셨다.
"손님, 지금 이 가격에 여길 매수할 바엔, ***이 나아요. 여긴 갑자기 너무 올랐거든요. 그 단지랑은 이 정도까지 안벌어지는데... 거기 괜찮은 물건 나온거 있는데 같이 보실래요?"

"아...!!! 거기요???"


순간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소장님이 추천한 단지는 공교롭게도 몇달 전, 남편과 임장하러 갔던 곳이었다.

심지어 블로그에 입지분석글을 올렸고, 실거주하고 싶은 아파트라며 도장을 쾅쾅 찍어놨던 곳이었다.


다만, 같은 구지만 생활권이 달라 잊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매수 후보지 등장에 심장이 더욱 크게 뛰기 시작했다. 한동안 꽂혀있던 단지가 아닌, 혜성처럼 등장한 이 단지를 선택하는 게 맞는 건가?? 막상 비교하자니 판단이 쉽지 않았다.


그 순간 한 사람이 떠올랐다. 부동산에 관심이 있고, 누구보다 이 동네를 빠삭하게 알고 있는 사람. 개인적인 친분은 없지만 혼자 조용히 눈팅했었던 경제분야의 인플루언서였다.


과연 그 분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셨을까? 쪽팔림 따위는 없었다. 망설이지 않고 조심스럽게 블로그에 장문의 비밀 댓글을 남겼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해봤을 그 분이라면, 지금의 내 상황을 이해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진심이 통했던 것일까? 그날 밤, 이번 매물 임장에 흔쾌히 동참하겠다는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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