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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세 vs 손절... 최후의 선택은?

어느 쪽도 괴로웠던 첫 투자실적

by 시크릿져니 Mar 31. 2025

신혼 초, 남편과 지방 투자에 대해 한참 논쟁을 벌였던 적이 있었다.


남편) 지방은 점점 인구가 줄어들고 있어요. 집을 사도 나중에 안 팔리면 어떻게 해요?

나) 모든 지방이 다 망하는 건 아니에요. 지방에도 대기업이 있고, 인구가 계속 유입되는 곳도 있어요

남편) 그 논리대로라면 다들 지방에서 돈 벌었겠죠. 하지만 현실은 아니잖아요?

나) 지금까진 그랬어도 앞으로는 다를 수도 있죠. 남들과 똑같이 생각하면 돈을 벌지 못해요


그렇게 서로의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채 시간은 지나갔다. 1년 후, 결혼 전에 투자한 지방 아파트 전세 만기가 도래했다. 세입자 부부에게서 반가운 연락이 왔다.


“안녕하세요! 늘 배려해 주신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전세 계약이 3개월 후면 끝나는데, 연장을 요청하려고 합니다"


이혼의 위기를 잘 극복(?)하고 그 사이 찾아온 아기를 키우고 있던 세입자 부부는 전세 연장을 요청했다. 몇 번의 하자 보수 연락에도 서로 얼굴 붉히는 일 없이 잘 지내왔고, 밝고 명랑한 사람들이었다. 솔직히 요즘 같은 얼어붙은 부동산 분위기에 전세 연장 소식이 반가웠다.


"네, 알겠습니다"

나도 기쁘게 대답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저희가 전세보증보험사에 문의했는데요. 지금 상태로는 시세가 떨어진 상태라 연장이 안된다고 하네요. 전세 보증금을 낮춰야 한다고 합니다. 가능하실까요?"


급히 핸드폰을 들고 시세를 확인했다.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가 내쉬었다. 전세보증보험을 연장하기 위해선, 현재 보증금보다 4천6백만 원을 낮춰야 했다.


올해 초, 첫 투자한 집에 3천만원의 역전세가 발생했다. 이번 역전세까지 감안하면 총 7천6백만 원을 메꾸게 되는 셈이다. 다른 방법은 없을까 고민해 본다. 현재 상태에서 매도할 경우, 약 1~2천만 원 정도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 투자, 여기서 끝내야 하는 걸까?




법적으로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집주인은 이를 거절할 수 없다.
하지만 세입자가 보증금 인하를 요청할 경우, 협의가 되지 않으면 계약갱신권이 무효가 되기에, 매도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었다.



남편과 이야기하다 보니 결론이 나왔다.

“지방의 상승장이 2년 뒤에 온다는 보장이 없어요. 지금 손실을 최소화하고 마무리하는 게 낫겠어요."


결국, 매도하기로 했다.


세입자에게 의사를 밝힌 후 부동산 여러 곳에 매물을 내놓았으나 쉽지 않았다. 부동산 시장은 이미 얼어붙었고, 구원자는 오직 실수요자뿐이었다. 감사하게도 세입자 부부는 집을 보러 오는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보여주고 깔끔하게 관리해 주었다.


"백이면 백, 반응이 좋았어요. 세입자분이 어찌나 집을 잘 관리했던지... 근데 지금 시장 분위기가 워낙 안 좋아서.. 쉽게 매수하는 사람이 없네요."


부동산 사장님의 이야기를 듣고 감사한 마음에 세입자에게 기프티콘을 보냈다.


"열심히 보여드렸는데... 계약까지 가질 않더라고요. 너무 속상하네요."

세입자가 같은 마음으로 안타까워하니 감사할 따름이었다. 



결국, 전세 만료일까지 매수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 사이 마음의 준비를 한 우리는 마이너스 통장으로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주고, 공실 상태로 남겨두기로 결정했다. 세입자 퇴거 당일, 세입자와 마지막 인사를 나눈 뒤, 공실상태의 집을 확인했다. 근처 부동산을 다 돌며 매물을 홍보하고, 서울로 올라가기 위해 역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있었다. 



그때였다. 한 통의 전화가 울렸다. 아까 잠시 방문했던 부동산 사장님이었다. 

'한 손님이 집을 보고 싶어 하시네요. 지금 가봐도 될까요?' 


30분 뒤, 손님으로부터 매수의사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믿을 수 없는 타이밍이었다. 매수인은 해당 단지에서 아기를 키우는 딸을 돌보기 위해 타지에서 온 노부부였다. 이렇게 단 하루 만에, 공실 걱정을 끝내고 매도까지 마무리가 되었다.





그렇다면, 나의 인생 첫 부동산 투자 실적은 어땠을까?

취득세, 양도차액, 복비까지 합하면 약 4천만 원의 손실이었다.


부동산 투자는 정말 매수하는 순간부터가 공부의 연속이었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투자관이 완전히 바뀌었다. 부동산은 무조건 우상향 한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었던 부린이의 대 실패였다. 그제야 지방투자를 반대했던 남편의 말이 이제야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사실 남편이 지방출신이기에 누구보다 이 상황을 몸소 체험하고 있었다)


덕분에 내 마음도 확고해졌다. 남은 수도권 아파트도 정리하고, ‘똘똘한 한 채’ 전략으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비록 손실액이 컸지만 신기하게 마음은 가벼워졌다.


"오빠! 다음 집은 무조건 서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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