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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prilamb Nov 04. 2017

위로와 저주

그 차이는 종이 한 장

친구가 몇 주 째 의욕 없는 표정이었다.


'이건 조금 심각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느낌? 물론 내가 해야 할 것들 - 예를 들면 일 - 을 하기는 해. 무책임한 성격은 아니니까. 그런데, 나머지는 다 귀찮아. 친구도, 음악도, 영화도, 요리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뭔가 다른 걸 하기 위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거라고.'


정말 위로를 해주고 싶어서, 나는 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나도 그런 적이 있어. 미국에 있을 때 조금 생각할 시간이 많아서 그랬는지도 모르지만, 어디를 가거나 뭘 해도, 그게 지금까지 내가 경험해왔던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렇다면 내가 새로운 뭔가를 하는 게 크게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게 되면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기분이 나아질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친구는 천천히 말했다.


'나 알아. 그게 뭔지. 내가 작년에 일 년 동안 그런 상태였어. 딱 네가 말했던 그대로야.'


'어... 어 그래?'


'응. 그리고, 올해 초에 지금의 상태로 더 진화한 거야. 그러니까 너도 내년이면 지금의 나 같은 상태가 될 거야.'

.....
..



....... 위로해주려 했는데, 저주를 받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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