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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속 Sep 15. 2024

마음 장례식


 은영과 마음은 둘이서 한참을 말없이 바라봤어요. 이렇게 바라보니 마음이 많이 상한 것이 보여 안쓰럽고 가여웠어요. 장례를 치르는 동안 조문객은 오직 그녀뿐이었어요. 마음은 은영만 마지막을 함께 해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은영이 자신의 몰골을 바라보며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아서 다시 속상해졌어요. 가는 마당에 웃으면서 보내주면 안 되나 내가 너무 큰걸 바라나 하는 생각이 드니 화도 났어요. 


 은영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어요.


 "왜 이렇게 상했어……."



 "내가 정말 미안하다. 너 이렇게 되는 동안 몰라줘서 정말 미안해."


 

 은영의 사과 한 마디로 마음의 응어리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은영에게 미안해졌어요. 이렇게 힘들 바에는 차라리 은영과 함께 세상에서 사라지면 어떨까 생각했던 수많은 날들이 스쳐 지나갔어요. 은영에게 지독하게 미움받았던 날도 떠올랐어요. 사랑받지 못하는 세상 모든 것이 그러하듯 마음은 천천히 죽어 갔어요. 그동안 아무도 모르게 사라져 버렸던 다른 마음들은 어디로 갔을까 생각했어요. 


 은영이 마음에게 말했어요.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어."



 마음이 은영에게 말했어요.


 "그동안 고마웠어. 이제 그만하고 가도 돼."


 그렇게 둘만의 조촐한 장례식이 끝이 났어요. 


 마음이 떠난 자리는 허전했지만 은정을 위해 남겨 놓고 간 온기가 있어 따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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