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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속 Sep 09. 2024

인형의 자살 - 1


 나는 오늘 주인 은수에게 버림받았다. 자고 있었고 자동차 소리에 눈을 떠보니 비닐봉지 안이었다. 안간힘을 내어 봉지를 찢고 나왔다. 나는 한 번도 주인의 방 밖으로 나와 본 적이 없었다. 모든 게 낯설고 무서웠다.


 '어디로 가야 할까…….'


 오라는 곳도 가고 싶은 곳도 없었다. 나의 삶은 곧 은수였다. 은수가 사랑한다고 말하면 나는 사랑이었고 화가 나서 나를 때리면 나는 맞으려고 태어난 인형이 되었다. 이제 은수가 나를 버렸으니 나는 사라져야 할 인형이다. 그 외에 다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절벽 위로 올랐다. 


 나의 조그만 짐을 내려놓고 아무도 읽지 않을 유서도 썼다. 절벽 밑은 구름만이 가득한 끝없는 허공이었다. 주인이 날 버렸으니 나도 날 버려도 좋지 않을까. 

 

 나는 망설임 없이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 무섭지 않았다. 주인이 보던 영화에서 사람들이 다이빙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사람은 왜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놀이를 하는가에 대해 한 때 진지한 고민을 해본 적이 있었다. 그 답을 이제야 알 것 같다. 자유.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자유의 감각을 허공 속을 추락하면서 알게 되었다. 곧 다가올 종말을 맞이하며 눈을 감았다.


 푹-




 내가 상상한 파멸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이렇게 푹신하고 부드러운 느낌이라니. 은수가 깨뜨린 유리잔처럼 산산조각 난 채로 이리저리 흩어지는 그런 종말이 아니라니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정신은 아득하니 졸음이 밀려오는데 내 몸은 이상하게 어디론가 향해 이동하고 있었다.


 '난 어디로 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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