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앵두 Jun 12. 2021

2. 쉬운 것부터 시작, 비누 쓰기 - 1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비누로 씻기. 오히려 머릿결이 좋아진 거 같아!



‘도브는 비누가 아니라 클렌징 바야’

 우연히 인터넷에서 글을 보다 도브 찬양글을 보았다.


‘머리가 빠져서 도브로 머리를 감기 시작했어요. 한 달이 지났는데 머리카락이 확연히 안 빠져요.

저희 할머니가 연세가 일흔인데 머리가 아직도 까맿요. 40년을 도브로만 씻으셨어요.’


사실 고백하자면 오래전에 도브 비누의 위용을 종종 보았고 이미 시도해 보았지만 실패했다. 씻기는 느낌이 남아서 별로라는 남편의 의견 때문이었다. 도브의 값도 이미 사서 쓰던 비누와 비교해서 약간 비쌌고, 같이 사는 남편이 별로라는 데 굳이 욕실에 두 개의 비누를 놓아가면서 쓰고 싶지 않았다. 나는 남들이 좋다는 글에 팔랑 거리는 얇은 귀를 가진 팔랑귀였지만 그만큼 포기도 빨랐다.


 하지만 이번에는 나름의 사명을 갖고 새롭게 비누를 찾아 나섰다. 비누를 삼일 밤낮을 들여다보며 남편에게 ‘우리가 사용하는 폼 클렌져, 샴푸, 린스, 바디워시, 기타 세정제를 모두 대체할 수 있는 게 있다’며 장황하게 홍보를 했다. 사용 후 나오는 플라스틱 용기가 제대로 재활용이 되기 어려운가, 플라스틱 안의 미세 플라스틱이 몸에 과연 무해할까, 액상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유화제가 부수적으로 첨가되며 이것이 불필요한지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사실 이 장황한 서두에 대해서는 자신 있게 말할 정도로 공부하지 못했고 남의 생활 스타일을 바꿀 만큼 설득력 있게 들려질지 모르겠다.


 다만, 욕실에 한 개의 제품만을 두고 사용하는 데 이전보다 피부가 건조해지거나 비위생적이지 않다면 한 번 도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주부 입장에서 더하자면 매번 욕실 청소를 할 때 여러 제품을 두고 매번 정리해가며 청소하지 않고 비누 하나만을 둔다면 청소가 간편하지 않을까? 샴푸나 클렌져가 다 쓸 때마다 하나씩 생각하며 사기보다는 비누를 넉넉히 사서 쓴다면 사소한 신경 쓸 일 하나가 줄어들지 않을까?


굳이 이 정도라면 미니멀리스트, 제로 웨이스트가 아니어도 할 수 있는 손쉬운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비누 찾기

머리를 비누로 감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했다. 마음의 준비가.

머릿결이 날이 갈수록 안 좋아지고 있었던 터라 비누로 머리를 감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어렸을 때 들었던 머리를 빨랫비누로 감으면 흔히 말하는 개털이 된다는 얘기를 떠올리며 비누을 죄악시 하고 있었다.


1. pH

폼 클렌저, 샴푸 등을 찾을 때 약산성~중성 세정제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피부의 산도는 약산성으로 알칼리성 제품에 의해 세정이 잘 된다. 하지만 알칼리화가 되고 난 후 최소 2시간은 있어야 다시 약산성으로 회복된다. 피부 장벽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약산성~중성을 써야 한다. 우리는 일상에서 강한 세정력이 필요할 만큼 더러워지지 않으며 오히려 과한 알칼리성 제품으로 인해 피부가 손상되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설거지를 하다 주부습진에 걸리는 경험 말이다. 주방 세제가 유독 피부에 독해서가 아니라 피부 장벽을 깨뜨렸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정보와 이야기가 많다. 다만 중성에 대해서도 언급한 이유는 중성 세안제를 추천하기 위해서다. <Recent advances in mild and moisturizing cleansers> 리뷰 논문에 따르면 ‘약산성 클렌저보다 중성 클렌저의 피부 손상도가 적다’고 한다. 또한 ‘알칼리성 물 세안만으로 피부의 pH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2. 성분(합성 향료, 방부제)

해로운 성분이 없고 주 성분이 천연 계면 활성제이다.

향료가 안 좋다고 하지만 이 점에 대해서는 타협했다. 내가 사용하고 싶었던 약산성~중성 비누는 도브, 세타필, 세라비, 아비노 비누이다. 이 중에 합성 향료가 없는 제품은 오직 도브 센서티브이다. 하지만 남은 제품들을 단지 향료가 포함되었다고 해서 대부분 95퍼센트의 좋은 성분이 추가된 비누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실제로 구매해서 맡아본 냄새는 과하게 인위적이지 않으며 청량감을 주었기에 유연성을 발휘하고 싶었다. 이 제품들에 대해서는 아직 사용 중이며 모두 검증한 후에 사용감에 대해 차후 말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산도가 맞는 비누 중에 몸에 해로운 성분이 없는 비누를 테스트하고 있다.

한 달여간의 사용 평을 말하자면 비누로 바꾼 지금 머리가 뻣뻣해지거나 유분이 과하게 돌지 않는다. 다만 비누 자체를 두피에 문지르지 않고 거품을 타월을 이용해 충분히 내주고 사용한다. 그리고 비누로 머리 감는 사람들이 추천했던 린스 대신 식초물이나 구연산으로 약산성을 만든 물로 헹구는 행위는 하지 않는다. 이미 약산성으로 머리를 헹구었기 때문에 굳이 약산성화하기 위한 마무리 작업이 필요 없었다.


https://brunch.co.kr/@aengdu/4

https://brunch.co.kr/@aengdu/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