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고르 Apr 01. 2024

프롤로그

사랑하는 딸. 아빠야.


지금 내 나이는 32살 엄마는 33살. 너는 지금 엄마 뱃속에 있단다. 엄마가 너를 품고 3개월동안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넌 모를거야. 입덧때문에 제대로 먹지도 못했어. 감히 침대밖으로 나올 생각을 못할 정도로 힘들어했지. 그래서인지 너희 엄마는 


"둘째는 절대 없어! 아니 못해!"


라면서 네 동생은 절대 가지지 않을 거라고 하는 구나. 뭐, 나중에 네가 밖으로 나오고 나서 네가 얼마나 귀엽고 소중한 존재인지 알게되면 엄마의 생각이 빠뀔지도 모르는 일이지.


나는 아빠라는 칭호가 아직은 어색한 상태란다. 결혼하기 전까진 오로지 '나'를 위해 살아왔고, 거기에 너희엄마가 내 인생에 추가된지는 4년도 되지 않았지. 조만간 여기에 네가 또 추가가 되어 이제는 3명이 함께 여생을 살아가게 되었구나. 


요즘은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아가는 사람도 많아. 근데 난 혼자가 아니라 두 명과 함께 살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좋단다. 인생은 한 번 뿐인데 이런 경험도 안해보고 죽으면 어떡하겠니.


이 책은 오로지 너만을 위해서 썼단다. 요즘 시대에 자식을 위해 책을 쓰는 행위는 굉장히 특별한 거란다. 나같은 30대들은 '돈', '성장', '즐거움'과 관련된 행위가 아니면 잘 하지 않아. 혹여 누군가 나처럼 책을 쓰겠다고 맘을 먹어도 그 동기는 대부분 '책을 팔아 돈을 벌겠다', '유명해지겠다'일거야. 


하지만 아빠는 단지 너를 위한 책을 쓰고 싶었다. 아무런 댓가를 받지 않아도 좋아. 심지어 네가 이 책을 읽지 않아도 된다. 너에게 글을 쓰는 이 순간이 이미 나에게 '쾌'를 주고 있기 때문이란다. 너를 위해 쓰는 책이지만 원론적으론 내가 행복하기 위해 쓰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구나.


사실 남이 말해주는 삶의 지침은 절대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안된다. 시대가 너무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아빠가 어렸을 때까지만 해도 네 할머니가 나에게 '저축, 보험이 미덕이다', '큰돈 잃을 수 있으니 창업은 절대 하지마라', '공무원이나 도전해라'라는 조언을 하셨었지. 


근데 지금은 저축을 하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저축한 돈의 가치가 낮아진다. 채권이나 주식투자를 병행해야해. 창업도 요즘은 절대 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 100세까지 경제활동을 하려면 어려서부터 창업을 하는 것 만큼 좋은 비전은 없다고 생각한단다. 또, 공무원으로 지금을 살아가기엔 월급이 너무 적다. 과거엔 '안정성'하나 만으로 공무원이 인기였지. 근데 지금은 공무원 지원률이 해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하물며 네가 사회에 진입할 때쯤이면 어떤 세상일까. 상상조차 되지 않는구나. 나는 이 책을 쓰는데에 심사숙고 해야할 거다. 너에게 하는 조언이 도움이 되어야하니까. 나쁜 조언은 오히려 사람을 망치기도 하지.

 

난 세상엔 진리라는게 있다고 본다. 진리는 시대를 관통한다. 몇천년이 지나도 입에서 입으로 전해내려오는 좋은 교훈들이 있단다. 그것이 난 진리라고 생각해. 난 진리는 주로 책을 통해서 많이 깨달을 수 있었다. 물론 머리로만 그렇다하면 안되지. 몸소 경험을 해서 진리가 진리라는 것을 입증해야 진짜 내 것이 되지. 그렇게 깨달은 나만의 진리들을 이 책에 써볼 생각이란다. 너에게 도움이 되기 바라지만 그렇다고 깊이 새기진 않았으면 좋겠다. 이 책이 너에게 도달했다는 것 만으로도 그 역할은 다했다고 생각한단다.


난 작은 사람이다. 앞으로도 부족한 점이 많을 사람이기도 하다. 다만 너에겐 '큰' 사람으로 보이고 싶구나. 그래야 아빠라는 기둥이 네 맘속에 굳건히 자리잡을 수 있을 거니까.  


사랑하는 딸.


'사랑'이 전부란다.


꼭 기억하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