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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로피와 자유

by 지나온 시간들

열역학 2법칙은 어떤 물질에 열 에너지가 주어졌을 때 그 물질의 상태가 어떻게 변하느냐와 관계된다. 어떤 물질에 열 에너지가 주어지면 그 물질은 상태가 변할 수밖에 없는데, 우리는 물질의 상태를 흔히 고체, 액체, 기체로 나누기에, 열역학 2법칙은 열에너지와 이들 상태에 대한 관계를 수학적으로 표현한 것에 다름없다. 물론 물질의 제4 상태인 플라즈마 상태도 있긴 하지만 이는 우리 주위에 흔하지 않다. 별 내부나 우주 공간 또는 원자핵 융합을 위한 토카막 같은 곳에서나 가능하기에 일반적이지 않다.


열에너지를 받은 물질은 이를 구성하고 있는 분자나 원자가 서서히 활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얼음과 같은 고체의 경우 각 분자들이 어떤 고정된 위치에서 진동 정도만 할 뿐 마구잡이로 돌아다니지는 않는다. 분자가 어떤 위치에 구속되어 있어서 자기 마음대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가 없는 것이다.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성질을 흔히 무질서도 또는 마구잡이도라 표현하고 물리학에서는 엔트로피라고 이름 지었다. 얼음이 열 에너지를 받으면 얼음 분자가 어떤 고정된 위치에서 자신이 받은 에너지로 인해 그 구속에서 탈피하려고 한다. 보다 자유로운 상태, 즉 물이 되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최소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를 흔히 융해열이라 하는데 1그램당 80칼로리의 열에너지가 필요하다. 얼음이 물이 되기 위해서는 이 단계를 넘어서야 하고 이보다 작은 에너지로는 얼음은 물로 될 수 없다.


액체인 물은 얼음보다 훨씬 자유롭다. 마음껏 이동할 수 있으며 얼음에 비해 구속이 적다. 액체상태인 물에 열에너지를 더 가하면 기체 상태인 수증기가 된다. 이를 위한 최소한 에너지 양은 1그램당 540칼로리 정도 되며 이를 기화열이라 한다. 액체인 물을 기체인 수증기로 만들기 의한 최소한의 열에너지라는 뜻이다. 용해열보다 6.75배 정도가 크다. 기체는 가장 자유로운 상태로 이를 위해서는 그만큼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요약하면 열역학 2법칙은 어떤 물질에 열에너지가 주어지면 그 물질의 상태가 어떻게 변하는지 알고 싶은 것에 기인하며, 그 상태를 수학적으로 계산하고자 엔트로피를 도입한 것이다. 계산해 보면 엔트로피는 물질상태의 로그함수에 비례한다. 이는 열에너지에 따라 물질의 상태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선형적으로 변하지 않고 물질에 따라서 급격하게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람의 상태도 수시로 변한다. 외부에서 어떤 일들이 주어지면 그로 인해 그 사람의 상태가 변하기도 하고, 그 사람의 내면에 의해 상태가 변할 수도 있다. 변함이란 좋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 인간은 어쩌면 시간의 함수 상태로 존재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우리 자신의 모습이 바뀌기 때문이다. 더 나은 발전된 방향으로 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시간이 갈수록 더 안 좋은 모습으로 바뀌어 가는 사람도 있다. 우리의 목표는 당연히 더 성숙하고 훌륭한 모습으로의 변화가 돼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얼음이 물이 되는 동안 충분한 융해열을 받기까지 기다려야 하듯이 우리도 그 과정을 참고 견디어 내야 한다. 또한 물이 보다 훨씬 자유로운 수증기가 되기 위해서는 융해열보다 7배 가까운 더 많은 열에너지가 공급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듯이 우리도 더 많이 그리고 더 오래도록 참고 견뎌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하나 꼭 집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얼음이나 물은 외부에서 충분한 열에너지가 다 주어질 때까지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만 해야 하지만, 우리 인간은 능동적으로 그 기간을 줄일 수 있다. 외부에서 오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내면으로부터 오는 것은 자신의 의지와 노력으로 충분히 그 기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이 다 끝나고 나면 우리도 수증기처럼 마음껏 자유롭게 이 세상에서 나만의 뜻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엔트로피가 최대로 된 상태, 그 상태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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