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란 것은 그런 게 아니었는데.
맘고생을 그렇게 하던 업무에서 드디어 빠지고,
내 자리는 신입사원으로 채워지게 되었다.
(▼이전화, 인수인계 없던 업무에서 고통받던 나날들의 에피소드를 참고하세요!)
나에게 모질만큼 인수인계를 거부하던 그 친구는
자기보다 연차가 높은 불편했던 나를 뒤로하고 신입사원을 뽑는 것에 한껏 상기된 것 같았다.
그래, 신입사원 두고 일해 봐라. 그게 마냥 좋은 거 같은지.
그 말을 계속 되뇌었다.
그의 불행을 바란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아닌 신입사원과 일하면서 조금은 더 힘들게
일하기를 바란 것 같긴 하다.
네가 인수인계를 해주지 않아도 나는 내 몫을 해냈고,
신입은 분명 ERP 시스템의 A부터 가르쳐서 적응시켜야 할 텐데.
그게 다 니 몫인데, 감당할 수 있겠니?
이 생각을 신입이 들어온 날부터 속으로 하며, 찌질한 구석을 숨기질 못했다.
새로 온 친구는 밝고 명랑했다.
눈치도 빨랐고 성격도 싹싹했다.
내가 하던 일을 넘겨주기 위해 잠깐 인수인계를 해보니,
꽤 괜찮은 친구라 여겨졌고, 우리 팀의 좋은 구성원이 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한 10년 정도 일을 해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
일을 굉장히! 잘하는 사람은 정말 희소하다고.
내가 회사를 다니면서 '아, 이 사람은 정말 일을 잘하는구나.'라고 찐으로 생각한 사람은,
현재 나의 부장님이 유일했다.
즉, 타고난 일머리가 좋고, 눈치가 빠르고, 똑똑한 사람을 제외,
대부분 직원들의 일머리라는 것은 고만고만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어떤 한 끗을 가르는 기준이 태도에 있다고 생각한다.
일을 바라보는 태도, 일에 임하는 태도, 실수를 했을 때 받아들이는 태도,
모르는 것을 물어볼 때의 태도 같은 것들 말이다.
그것이 결국 일을 좀 더 잘하는 사람, 일을 참 못하는 사람으로 나누는 기준점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도 신입 직원은 매우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다.
마냥 귀여웠다. 내 신입 시절 생각도 나고.
그러나, 신입의 사수가 된 모질었던 그 직원은,
이 친구를 정말 쥐 잡듯이 잡기 시작했다.
신입이니까 두세 번 더 알려줄 수 있는 일도
"지난번 이미 알려줬잖아!"와 같은 말로 신입을 몰아세웠다.
이젠 같은 일을 하지 않아 개입하기는 어려웠고,
그저 업무 외적으로 잘한다 다독여주는 것 말곤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자기 밑에 신입사원을 누구보다 바라고 기다렸던 그였는데.
이렇게 못되게 구는 심리를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신입과 함께 일하며 지지고 볶고 매운맛 좀 봐라! 하고 바랐던 건 사실이지만,
저런 식으로 신입을 몰아세우며 신입이 힘들어지길 바란 것은 아니었는데
도무지 알 수 없는 그의 심리와 행태에 나는 두 손을 들었다.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다양하고 이제는 사람한테 상처 좀 덜 받을 때도 되지 않았나 싶어도,
직장에서 9년을 일하며 온갖 일들을 겪었어도,
여전히 나는 회사에서 상처받고 마음을 다친다.
그래서 진심으로 그 신입직원이 사수의 말에 다쳐 울지 않길 바란다.
잘 무뎌지지 않는 일은 구태여 반복적으로 겪을 필요 없고,
어차피 내성 같은 건 쉽게 생기지 않으니,
가시돋힌 말들을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않길.
내일은 신입직원과 점심을 먹을 테다.
▼회사에서 화날 때 스스로를 다독이며 떠오르는 생각을 정리해 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