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 쓰고 통근길의 무자비함이라고 읽습니다만,,
직장인들에게 통근시간이란, 하루의 컨디션을 좌지우지하는 매우 중요한 시간이다.
지옥철, 밀도 미쳐버린 버스를 경험하며 출근하고 나면 출근하자마자 집에 가고 싶어진다.
퇴근길은 그나마 집에 간단 생각으로 버티긴 하지만, 퇴근 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부침개가 된다.
나는 경기도 거주자로 서울로 출퇴근을 위해 대중교통, 자차이용을 5년 이상 경험하고
거주지 이전으로 도보 20분 컷이 되기까지, 출퇴근의 a to z를 모두 경험했다고 자부하는 사람으로서
10년 간 한 직장에 다니며 버텨온 출퇴근길의 기쁨과 슬픔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아마 대부분의 경기도민은 어쩔 수 없이 어딜 가든 기본 1시간은 써야 한다는 사실을 대부분 감내하고 있을 것이다. 한 시간쯤이면 그리 오래 걸리는 시간이라고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
한 시간 반정도 넘어가야 좀 먼데? 싶어 지는ㅎㅎ
나 역시 그랬다.
처음에 입사 후 신입사원 시절 몇몇의 상사로부터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너는 집이 너무 멀어서 금방 지쳐 나가떨어지겠는데?"
아마 분명.. 서울 바깥으로는 집이 없다고 생각하는(?) 좁아터진 인간들이었으리라.
이보세요, 경기도에도 집이 있다고요.
직선거리로는 사실 그리 먼 거리는 아니었으나, 대중교통이 다소 아쉬웠다.
시간은 많이 걸리지만 그래도 지하철만 타면 되는 경로 1
시간은 좀 덜 걸리지만 가끔은 앉기 찬스도 얻을 수 있는 버스와 지하철 모두를 이용하는 경로 2-1
시간을 더 줄일 수 있지만 절대로 앉아갈 수는 없고 버스와 지하철 모두를 이용해야 하는 경로 2-2
나는 다양하게 시도를 한 끝에 경로 2-1에 정착해서 출근을 했다.
퇴근길에 조금 기력이 남아 있다면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에 경로 2-2를 선택한 날도 종종 있었다.
이 일을 5년을 겪다 보니, 성격이 정말... 더러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매일매일 준비해 둔 여유와 인정, 사랑과 감사를 아침 출근길에 모두 소진했다.
타인과 살갗을 닿은 채 가야 하는 것은 서울 출퇴근길의 어쩌면 필수적인 관문이었는데,
점차 그 관문을 온갖 욕과 무자비함으로 통과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보통 출퇴근 시간이 비슷한 사람들을 누군지는 몰라도 비슷한 시간에 자주 보기 마련인데,
그 사람들은 내게 아무런 잘못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와 같은 시간대에 출퇴근을 한다는 이유로
나에게 욕받이가 되었다.
그리고 5년 차에 나는 소형 suv를 구매하게 된다!
비로소 남들과 살을 대고 가야 하는 불쾌함에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화가 사라지지는 않았다.
출퇴근길 도로에는 온갖 운전자들이 다 있기 때문에...^^
소요시간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안 막힌다면 30분밖에 안 걸릴 거리였지만 경기도에서 서울 진입이란 그리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었다.
처음엔 도로 위의 깡패처럼 '니가 나한테 경적을 울려? 나는 질 줄 아냐!' 하면서 겁 없이 도로를 활보했다.
그마저도 몇 년 운전을 하다 보니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의 경지에 이르게 되어,
그렇게 급하면 어제 나오지 그랬슈~ 를 생각하며 운전을 슬슬 하게 되었다.
대중교통과 자차이용은 장단점이 정말 확실하다.
가장 크게는 비용.
자차이용 시 드는 비용은 생각보다 많다.
단순히 차값을 넘어 흔히 말하는 '유지비'가 생각보다 많다.
빈번하게 사용하는 주유비, 세차비는 기본에 주기적인 정기점검을 통한 엔진오일 교체나 와이퍼 교환,
필터교체, 그리고 보험료 등의 비용은 생각보다 크다.
그렇지만 자차이용 시의 쾌적함은 대중교통에 비할 바가 못된다.
특히 나는 멀미를 심하게 하는 사람이라 가뜩이나 끼여 타는 대중교통에 멀미까지 심한 날에는 중간에 내려 쉬었다 가기까지 할 정도였는데, 차를 이용하게 되면 멀미로부터 해방에 차 안에서 혼자 콘서트를 하며 출퇴근을 한다는 장점도 있다^^
비용을 제일 크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시간이 좀 더 걸린다고 해도 뒤도 돌아보지 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시라.
그렇지만 내가 어느 정도 돈도 모아둔 상태에서 조금은 쾌적하게 출퇴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운전해서 출퇴근해 보는 것도 꽤 괜찮은 옵션이다.
그리고 9년 차가 되어서야 비로소 나는 서울에 집을 얻어 살며 직주근접의 행복감을 온몸으로 누리게 되었다.
도보 20분 컷.
회식을 하고 11시에 끝나서 집에 가도 11시 반이면 거실 소파로 다이빙할 수 있는 삶이라니.
단점을 말하는 건 우습지만 도보의 아쉬운 점도 있기는 하다.
바로 날씨의 영향을 직격타로 맞는다는 것.
여름에는 등짝이 다 젖을 정도로 땀이 나고, 비라도 많이 오면 신발과 양말은 그냥 포기해야 한다.
눈이 많이 내리는 날에는 넘어질까 봐 내내 긴장하면서 걷는다.
그렇지만 이미 앞선 9년 동안의 극악의 출퇴근길에 대한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그 쯤이면 행복의 노래를
부르며 출퇴근을 할 수 있는 정도긴 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지하철에서 책도 참 많이 읽었다.
자차 이용할 때는 라디오도 듣고 노래도 많이 들어 요즘 나오는 노래를 곧잘 흥얼거리기도 했다.
요즘은 혼자 조용히 걸어서 출근하다 보니 그런 시간들은 다소 아쉽다.
돈도 시간도 내 체력도 모두 소중하다.
하나만을 위해 나머지 모든 것을 다 포기하면서 출퇴근을 하기에 우리의 직장생활은 녹록지가 않다.
적절히 균형을 맞춘 통근 여정을 보내야만 회사에서도 약간의 여유와 인정, 사랑과 감사를 일하면서 소진할 수 있다.
글을 쭉 쓰다 보니 출퇴근길의 기쁨은 없고 슬픔만 나열한 것 같다.
일하러 가면서 무슨 기쁨이 대단히 있겠는가.
그저 오늘 하루 무사히 눈을 떠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돈을 벌 수 있음에 감사하는 것.
그로 인해 자아실현을 약간 하고(?)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내가 열심히 살고 있음을 생각하는 것.
그런 것이 기쁨이 되겠지.
긴 추석연휴가 끝나고 나면 다시 맞이해야 할 우리의 통근길.
오늘도 서로서로 부대낄 이름 모르는 자들이여, 당신들의 통근길도 화이팅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