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결정하기 싫어 누군가에게 미루기.
하늘이 푸른 날에는 가슴이 부풀어 올라 한 점 구름으로 둥둥 떠오를 것 같다가도, 잿빛 천막을 뒤집어쓴 하늘 밑에 서는 날에는 습도 가득한 공기에 눌려 숨 쉬는 것조차 내 의지로 되지 않는 것 같다.
나는 엊그제 만으로 마흔 두 살을 달았다. 그런데 아직도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 알 수가 없다. 그냥 손에 움켜쥐려고만 하니, 나잇값을 못하는 것 같기도 하고. 놓을 만큼 다 내려놓은 것 같기도 해서 그저 자유롭다 느끼는 순간도 있다.
사람의 마음이 갈대 인지라, 이리 저리 휘둘리는 데. 그건 내가 소인배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오늘은 아주 처절하게 내 안을 들여다 보기로 했다. 나는 만 다섯살, 두 살의 아이 엄마다. 하지만 어쩐지 엄마로 풀타임 살 수는 없는 그릇이 작은 사람이다. 아이와 보내지 않는 시간을 만회하려고 아둥바둥 뭔가를 하려고 서두르는데, 막상 제대로 하는 일은 하나도 없다.
결국 내 마음의 중심을 어떻게 잡느냐의 문제인거 같다. 나는 일주일에 삼 일을 일하고, 나머지 날들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평범한 직업을 구하기는 힘들다. 또한 나는 에고EGO가 강한 사람이라, 뭔가 잘나 보이는 걸 하고 싶은가 보다. 그저 하는 척이라도 하고 싶은가 보다. 그래서 알맹이가 없는 걸 붙잡고 놓치 못한다. 예전에 월급쟁이일 때와 다르지 않는 모습이다. 나를 바꾸고 흔드는 노력보다는 그저 기회를 엿보기만 한다. 그런데 꼬박꼬박 통장에 들어오던 돈도 없다. 그래서, 더 기회만 엿 보고 노력을 줄인다.....
이렇게 그저 피하는 삶을 살고 있다. 내 마흔 두 살은 이렇게 결정을 미루고, 노력을 줄이고, 기회만 엿보는 그런 시간들로 채워져 가고 있다. 이런 시간들이 나를 점점 눌러와서 숨 쉬는 것조차 힘들때까지 결정을 미루고 피하기만 할 것인가.
마흔 둘 생일을 몇 일 앞 둔, 지난 주 부터 다시 손톱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몇 살이었는지 기억하기 힘든 유아시절에 나는 항상 손톱을 물어뜯었다. 꽤 오랫동안 그랬던 거 같은데, 어느 순간 그걸 멈추었다. 정확한 계기는 기억 나지 않지만, 손톱 물어뜯기를 멈춘 순간, 안정감이라고 할까, 내 몸뚱이와 정신머리로 사는 것에 대해 좀 더 편하게 느껴졌던 거 같다. 결국 불안감이 쌓이고 쌓여 이렇게 손톱을 다시 물어뜯는 지경에 이른 거 같다.
현재 나라는 몸뚱이 안에서 지금 이런 정신머리를 붙잡고 사는 게 지겨웠나 보다. 자기 합리화로 가득한 하루 하루에 지쳤나 보다. 아이들을 위해서 이렇게 산다고 하는 내가 부끄러웠나 보다. 아이와 보내지 않는 시간에 뭔가를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에 짖눌렸나 보다. 물처럼 흘러 흘러 가듯 살면 좋을 텐데, 나는 왜 이렇게 붙잡고 놓지 못할까. 붙잡는다고 잡히지도, 머물지도 않는다는 걸 다 알면서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나와 너를 엄마과 아빠라는 고전적 성역할에 집어 넣고, 그렇게 작은 박스안에서 내가 치이고 니가 치이면서 그렇게 살아야할까.
이제는 그냥 편안해야 겠다. 하루는 너무 열심히 살고, 하루는 너무 대충 살아서 일희일비하는 걸 멈춰야겠다. 그렇게 하루의 시간이 흐르는 대로 나의 마음도 조용히 흐르다, 어느새 점점 차오르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