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소원 Sep 21. 2024

딸은 엄마 팔자를 닮는다는 말


어릴 적 유난히도 불행한 일들을 많이 겪으며 주위 어른들로부터 팔자가 사납다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 내 잘못도 아니고 부모님의 잘못도 아닌데 왜 그렇게 어린 나에게 비난의 말을 했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아마도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어떻게든 내 인생은 절대 우리 엄마처럼 불행한 삶이 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것이. 우리 엄마는 나와 두 띠 동갑이다. 그러니까 24살에 나를 낳은 것이다. 그때 당시에는 일찍이 결혼한 건 아닐 테지만, 지금의 나이로 따지면 일찍 결혼한 편이다. 그렇게 엄마는 한창 자신의 꿈을 키워나가야 할 나이에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몇 년 후 낯선 타국인 중국으로 가서 또 한 번의 결혼을 했다. 사실 중국에서 엄마가 결혼식을 올렸는지 안 올렸는지는 잘 모른다. 내가 아는 사실은 엄마에겐 두 번의 결혼과 두 명의 남편이 존재했고 세 명의 딸이 있다은 것뿐이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우리 엄마 인생이야말로 우여곡절이 많은 인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젠 그 아픔의 시간 모두 잊고 부디 동생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는 엄마의 이런 인생을 닮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두 번의 결혼은 절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는 삶이 아닌 온전히 나의 삶에 집중하는 삶을 살고 싶었다. 그렇게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지금까지 살다 보니 적어도 엄마와 같은 나이에 결혼하는 것은 바꿀 수 있었다. 어릴 적부터 주변 어른들의 부정적인 말을 들으면서도 나는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 덕에 나를 더 소중하게 대할 수 있었고 나의 삶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위기의 순간을 기회로 만든다는 말을 믿는다. 어떤 태도로 그 위기를 극복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결과가 만들어지니까. 결과적으로 나는 어릴 적 희망했던 내 팔자를 바꾸는 데 성공했다. 물론 아직 완전한 성공이라고 볼 순 없지만, 적어도 첫 단추는 잘 끼었다고 믿는다. 중간에 잘못 끼우는 순간이 찾아올 수도 있지만, 그래도 괜찮다. 다시 잘 맞추면 되니까. 팔자가 사나워 아비어미 다 잡아먹었다며 나를 비난하던 어른들. 부모 없다며 나를 놀리던 친구들. 솔직히 당시엔 밉고 싫었다. 하지만 이젠 그들이 고맙다. 덕분에 내 삶을 바꿀 수 있었고 소중하게 대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세상의 잣대에 사람들의 편견에 흔들릴 필요 없다. 설령 내 삶이 남들이 말하는 대로 팔자가 사납고 우여곡절이 많다고 해도 충분히 바꿀 수 있다. 내가 의지만 있다면. 물론 세상엔 내 힘과 의지만으로 안 되는 것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그만큼이나 내가 할 수 있는 것들도 많다. 그 의미는 내 삶도 내가 바꿔 갈 수 있다는 뜻이다. 가난하고 힘든 내 삶을 탓하고 주저앉기보다 그 상황을 잘 이겨내려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모든 것이 영원하지 않듯 나를 향한 사람들의 비난도 세상의 잣대도 한순간뿐일 테니까. 그 한순간의 아픔과 고통으로 내 삶 전체를 망치기엔 내 삶이 너무 소중하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에겐 누구나 저마다의 때가 있고, 봄이 오면 꽃이 피듯 우리에게도 우리의 때에 맞는 봄날이 반드시 찾아올 테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