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소원 Sep 20. 2024

등잔불 밑이 어두운 법


“나중에 큰 사람이 될 거야”

지금으로부터 약 10여 년 전 탈북 과정 중에 태국 교도소에 있을 때 한 여자분이 나에게 해준 말이다. 그분은 나의 어떤 점을 보고 대뜸 저런 말을 한 걸까. 나도 모르는 나의 잠재력을 봤던 걸까. 하지만 나는 그분의 말을 귀 기울여 듣지 않았다. 그런 나와는 달리 당시 교도소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그분에게 자신의 미래에 대해 많이 물어보았다.

돌이켜보면 그분은 나에게서 어떤 가능성을 봤던 것이 분명하다. 물론 아직 그렇다 할 만한 큰 성과가 있거나 큰 사람이 되진 못했지만, 적어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좇아 책을 내고 작가로서 성장 중이니까 그 과정에 있는 것이라고 믿는다. 앞으로 또 어떤 일을 이뤄낼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부푼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다. 등잔불 밑이 어둡다는 말처럼 우리는 가끔 우리의 재능과 잠재력을 스스로는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직은 살아갈 날이 훨씬 많은 나의 인생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지금 당장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신세 한탄하며 살진 않을 것이라는 건 확신한다. 짧다면 짧은 30여 년의 인생을 살아오며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그 속에서 삶의 지혜를 배웠다. 그리고 낯선 여자분의 짧은 말 한마디로 내 삶에도 내가 보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때로는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삶의 원동력이 되는 순간이 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자신의 등잔불 밑의 어둠을 발견해 주고 비춰주는 타인이 있기에 부족해도 살아갈 수 있는 존재들 인지도 모르겠다.



이전 24화 안녕, 나의 20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