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보다 시작이 느렸지만, 꿋꿋이 나만의 길을 선택한 나의 20대. 맨땅에 헤딩하듯 모든 것이 낯선 이곳 한국에서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하고 이겨내야만 했던 사회초년생이자 이방인. 배워야 할 것도 많고 모르는 것도 많았던 그 시절 무작정 현실과 부딪히는 방법밖에 없었다. 누군가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고 삶의 요령도 없어 넘어지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나는 포기하지 않고 열정 하나로 버텼다. 어린 나의 패기와 꿈을 안고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어느덧 20대 후반이 되었고 어엿한 직장인이 되어 있었다. 그 과정에서 상처도 많이 받고 소리 없이 울기도 많이 울었다. 때로는 상사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는 것이 억울해서 울고, 때로는 나의 처지가 딱해서 울었다. 운다고 해결되는 것은 없었지만, 적어도 마음속의 응어리는 풀리는 느낌이었다.
이제 막 30대를 시작하는 시점이지만, 20대의 나에게 누가 뭐래도 최선을 다했다고, 참 애썼다고 말해주고 싶다. 사회초년생으로 살아오며 여러 가지 힘든 일들을 겪으며 지금까지 잘 버텨줘서 고맙다고. 청춘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라고 모두가 그렇게 산다고 할지 몰라도 나는 그렇게 말하고 싶지 않다. 알게 모르게 차별 아닌 차별도 있었고, 동정 아닌 동정도 받으며 의기소침해진 적도 많았다. 순수한 마음에 나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했다가 도리어 피해 본 적도 있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그런 것 같다. 좋은 사람이 있으면 나쁜 사람도 있고 좋은 게 있으면 안 좋은 것도 있는 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어지럽고 힘든 세상이지만 그래도 아직 그 속에는 좋은 사람들이 있고 좋은 일들이 생기는 것을 보며 작은 희망을 안고 살아간다. 진로의 고민도 있고 생계의 문제도 있고 가족도 지인도 없는 이곳에서 나만의 삶의 터전을 일궈간다는 것이 얼마나 아프고 서러웠는지 모른다. 30대가 되고 지난 20대를 돌아보니 스스로가 참 기특하고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많지는 않지만 한 사람 한 사람 나의 사람으로 만들어가며 작지만, 아주 소중한 나의 정원을 만들었다. 봄이 오면 꽃이 피고 가을이면 오면 낙엽이 떨어지고, 겨울이 오면 하얀 눈이 내리는 사계절을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보내며 이곳에서의 나의 삶을 그려나가고 있다. 돌이켜보면 나의 20대는 비교적 10대 때보다는 덜 흔들리는 시기였다. 때로는 외롭고 힘든 순간들도 있었지만, 그 순간마다 글을 쓰며 책을 읽으며 나를 다독였다.
결국,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어떤 선택을 어떻게 하냐에 따라 우리의 삶은 달라진다. 지금도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지금껏 살면서 해온 나의 선택에 한 번도 후회를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적어도 내가 했던 선택에 후회가 없다면 꽤 괜찮은 인생이지 않을까.
안녕, 나의 20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