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라면 누구나 잊지 못할 추억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다. 나에게도 아주 많은 추억들이 있다. 물론 그중에는 기억조차 하기 싫은 아픔들도 많지만, 그럼에도 아주 행복한 추억들도 내 기억 속에 자리하고 있다. 가족과의 추억, 유년시절 고향에서의 친구들과의 추억이 나에겐 참 소중한 기억이다. 지금은 만날 수 없지만, 그때의 추억들을 떠올리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추억은 사람을 살아가게 원동력이 되기도 삶을 지탱해 주는 기둥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누구나 한 번쯤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하는 행복한 순간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슬프게도 우리 인생에 있어 영원한 것은 없다. 잊지 못할 순간들이 있을 뿐. 사랑하는 가족과의 일상과 여행의 순간, 사랑하는 애인과의 행복한 순간 이 모든 순간들을 시곗바늘 돌리듯 거꾸로 돌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우린 그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어쩌면 그래서 더 영원하길 바라는 걸지도 모르겠다.
누구도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인생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아서 행복이 찾아오면 불행도 찾아오기 마련이고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기 마련이다. 누구도 이별을 원하진 않겠지만, 때로는 원하지 않는 이별, 예상치 못한 아픔들을 겪을 때가 있다. 그래서 더욱 영원함을 바라는 걸지도 모르겠다.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마냥 행복한 그 관계와 순간들이 지속되길 바란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 관계를 유지하며 사는 사회적 구성원이기에 애초에 이별 없는 관계는 불가능하다.
사는 동안에 내 삶이라는 굴레에서 자연스럽고 유연하게 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가야 한다. 영원을 바라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즐기는 것. 아프지 않길 바라기보다 하루빨리 회복되길 바라고 외롭지 않길 바라기보다 외로움을 잘 지나 보내는 연습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세상엔 당연하고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태어나는 순간 죽음도 함께 태어나고 누군가를 만날 때도 이별도 함께 온다는 것을. 행복이 찾아왔을 때 분명 불행도 함께 온다. 다만 행복이라는 감정에 가려져 불행을 미처 알아채지 못할 뿐이다. 어쩌면 우리의 인생은 원플러스원과도 같다. 어떤 감정이 찾아올 때 눈에 보이진 않지만 좋은 것과 나쁜 것이 늘 함께 오니까. 어쩌면 꽤 공평한 걸지도 모르겠다. 둘 중 하나만 느끼게 된다면 어떤 감정이냐에 따라 재수 없을 만큼 거만해지기도 하고 또는 인간으로서 느낄 수 있는 최대의 밑바닥 인생을 살 수도 있으니까.
중요한 건 이 세상엔 당연한 것도 영원한 것도 없다는 것이다. 짧고 찬란한 우리의 숙명을 받아들이고 영원을 바라기보다 행복한 그 순간들을 마음속에 고이 간직하며 주어진 하루를 후회 없이 살아가는 것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