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집 정리를 하던 중 우연히 한 선교사님이 몇 년 전 내 생일 때 써준 편지를 발견했다. 사실 편지라기보다 솔로몬의 잠언 내용에 짧은 글귀로 첨언을 해준 것이었다. 선물로 받았을 당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났다. 그 작은 수첩 속 글귀에 나의 마음속 깊이 숨어있던 생각들을 읽혔기 때문이었다. 선교사님이 써 준 내용 중에 “시기와 질투는 너에게 문제 되지 않는 것 같아 그렇지?”라는 말이 있었는데 그 말이 나를 돌아보게 했다. 그래 맞아 나는 남들과 비교하고 시기하고 질투하기보다 내 삶에 집중하고 있어. 그 모습이 남들 눈에도 보이는 것이야. 선교사님의 그 한마디로 나는 객관적으로 나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그 문장이 나라는 사람을 참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나를 잘 안다. 뛰어난 재능이 있지도 않고 빼어난 미모를 갖고 있지도 않고 때로는 남들보다 조금 느린 편이다. 하지만 절대 기죽거나 의기소침해지진 않는다. 그 모든 것들이 내 삶보다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 존재 자체가 너무 소중하고 사랑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기에 어떤 것에도 시기와 질투를 느끼지 않는다. 시기와 질투 그 끝엔 외로움과 괴로움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니까.
솔로몬의 잠언과 선교사님이 적어준 짧은 글에 얄팍한 나의 마음을 완전히 간파당하고 말았다. 이 세상 누구도 나의 마음속 깊이 숨겨져 있는 아픔과 상처, 부끄러운 생각과 오만한 생각들이 세상 사람들에게 발가벗겨지는 느낌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하나님의 존재에 대하여 궁금해지고 관심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옹졸한 나의 이해력으로는 도저히 하나님의 존재와 그분의 행하심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 결과 나는 지금까지도 하나님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세상에는 인간의 사고와 의지로 해결할 수 없는 영역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너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라는 솔로몬의 잠언처럼 신은 우리의 모든 것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정작 우리 자신만 당장 1시간 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것일 뿐.
상대의 단점이 보인다는 것은 나 자신에게도 단점이 있다는 것. 우리는 상대라는 거울을 통해 매일 나를 점검하고 보완해 나가야 하는 미완성의 존재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쩌면 우리는 광활한 우주 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명체 중에 아주 작은 먼지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한없이 작고 연약한 우리는 형태와 성질이 조금씩 다를 뿐 본질은 같은 인간이다. 부디, 비교하고 질투하지 말고 온전히 나의 삶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길. 삶의 우선순위를 둔다면 적어도 남들과의 비교와 거리가 멀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