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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스킷 Aug 05. 2023

원기둥 형태의 물건

염려

 

 값비싼 물건이라 다시금 확인하도록 말했다.

그 물건은 오후 3시쯤 도착하므로 30분 전에 출발하라고 덧붙였다. 원기둥 형태의 물건을 받아서 클린 룸으로 들여놓으라는 것이다. 기사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같이 옮기면 되는 것이라 말했다. 중요한 물건이므로 손상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히 옮겨야 된다고 신신당부했다. 매우 염려하는 듯 보였다. 직원은 고용주의 이야기를 되풀이했다. 직원의 말을 듣고는 이윽고 고개를 끄덕였다. 본인이 한 말과 같은 뜻임을 확신하여 시간이되면 움직이라고 지시했다. 둘은 시간에 맞춰 사무실을 나섰다.


 차량이 없었기 때문에 20분에 한번 꼴로 오는 버스를 타야 했다. 길을 나서며 뜨겁고 눅눅한 공기를 들이마시자 방독면을 쓴 듯 아무리 숨을 마셔도 공기가 반만 들어오는 듯했다. 움직임이 꿈속처럼 느려졌다. 어떤 활동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녹아 증발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달궈진 땅은 삼겹살을 익히기 충분했다.


 공장동 내부에 도착해서 기다리던 두 직원은 기사의 도착 전화를 받고 움직였다. 그는 1톤 탑차 뒤의 양쪽 철문을 열었다. 물건이 그리 무겁지 않다고 말한 뒤에 직원이 그 물건을 옮길 수 있는지 지켜봤다. 한 직원이 혼자 들고자 했으나 꿈쩍하지 않았다. 85kg 정도 나가는 평소에 운동을 하던 직원이었다. 또 다른 직원은 60kg가 안 되는 타고난 저체중이었다. 운전기사와 두 직원이 힘을 합쳐 5미터 정도 되는 거리를 들어 날랐다. 공장동 내부에 물건을 두고 운전기사는 떠났다.


 양쪽 끝에 나무판자가 붙어있고 은박의 포장재로 둘러 쌓인 원기둥 형태의 물건을 들어 올려 20cm 정도 되는 문턱을 넘어 클린룸 안에 세워두어야 했다. 옮기기 전 직원은 사고 예방을 위해 저체중의 직원에게 허리가 아닌 다리 힘을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직원이 원기둥의 양쪽을 두 손으로 잡고 들어 올리기를 시도했다. 한 직원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하염없이 애를 쓰고 있었다. 저체중인 직원은 본인 몸무게의 4배쯤 되는 원기둥의 한쪽을 들 수 없었다. 다른 한 명의 직원은 겨우 반대쪽을 들 수 있었다. 둘은 과정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전력을 다해 물건을 건물 안의 방 안의 방으로 넘겼다. 물건엔 정보가 적힌 종이 한 장이 붙어있었다. 필름 폭 2xx M 높이 2xx CM 무게 2xx KG


 온몸의 땀은 멈추는 방법을 몰랐다. 둘은 잠시 의자에 앉아 넋을 놓았다. 곧이어 고용주와 통화를 했다. 그 물건의 상태와, 혹시 겉에 상처 난 곳은 없는지 물었다. 중요한 물건이라며 혼잣말로 큰 걱정을 했다. 직원이 외관상 문제는 없다고 말하자 불안했던 그는 사진을 찍어 보내라고 요청했다. 문제가 생기면 큰일이라는 말을 반복하며 직원이 찍은 사진을 확인한 그는 물건을 더 옮길 수는 없는 건지 직원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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