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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상아 Feb 12. 2024

1. 느닷없이 찾아오다.

몸이 보내는 첫 이상신호 혹은 SOS

여느 날과 같았다. 사실 평소보다 조금 더 행복한 하루였다. 엄마와 함께 몇 년 전 사진을 넘겨보며 떠들었다. 시간이 흐르는 걸 느끼지 못하다 사진 속 약간 더 젊은 엄마를 보니 문득 세월이 빠르다는 걸 체감했다. 먼 곳을 응시하는 엄마의 사진. 지금보다 주름은 더 적고 머리숱은 많고.. 엄마 참 젊다 그치?


젊은 엄마와 옆에 앉아있는 엄마를 번갈아보았다. 엄마가 언제 이렇게 늙었나 생각했다. 그런데 점점 우리 엄마가 아닌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내 옆에 앉아 사진을 들여다보는 엄마의 모습이 한 없이 낯설게 느껴졌다. 마치 현실이었지만 돌아갈 수 없는 비현실이 된 사진 속 젊은 엄마를 보는 느낌이었다.


순식간에 세상이 겹겹이 분리되기 시작하고 다른 차원으로 붕괴되기 시작했다. 급속도로 빠르게 뛰는 심장 박동과 뒷목에서 느껴지는 서늘함에 등을 벽에 붙이고 몸을 웅크렸다. 걱정하는 엄마의 눈은 한 세번째 레이어에 머물러있었다. 엄마가 맞는데 엄마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나를 미치게 했다. 우리 엄마가 게임 캐릭터면 어쩌지? 난 진짜 엄마를 어떻게 찾아야하지?


엄마 나 119 좀. 어떤 생각을 하든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생각을 하지 말자는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엄마는 119에 전화를 걸었다. 그러다 문득 구급차가 오면 벽에 붙인 등을 떼야 한다는 사실이 무서워졌다. 엄마에게 전화를 끊으라고 말했다.


그렇게 몸을 한껏 웅크리고 있었더니 서서히 세상이 돌아왔다. 우리 엄마가 맞다는 안도감이 들었지만 살면서 최고로 세고 빠르게 뛰는 심장 박동에 머리가 울렸다. 이대로 심장이 뻥 하고 터지거나 야들한 혈관이 찢어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 코 입에서 피를 쏟는 상상을 하며 엄마와 응급실을 갔다. 안정제를 맞으니 잠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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