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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욱 Oct 03. 2020

알바촌극#2 가스충전소 알바, 발명가 형님께 배운 것

알바경험담#2

저는 30대 중반 아재입니다. 제가 20대이던 대학교 재학시절, 아르바이트를 했던 경험을 주제로 소소한 깨달음을 적었던 글입니다. 오래 전 개인블로그에 올렸던 글입니다.


"가스냄새 많이 맡으면 정력이 떨어진데.."


가스충전소 아르바이트생들사이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우스갯소리중 하나였다. 사장님도 초짜 아르바이트생인 내게 장난스레 이야기하셨다. 그래도 괜시리 걱정돼서 주변 사람들에 물어봤던 기억이 난다.


"가스냄새 많이 맡으면 정력이 떨어져요?"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런 쓸데없는(?) 걱정속에 스무살 여름의 가스충전소 알바는 천진난만하게 시작되었다. 이 알바는 훗날 6년후 하게 된 주유소 알바보다는 신경 쓸 일이 적었다. 


자동차에 가스만 충전시키면 되었기 때문.

경유차와 휘발유차를 구분해야하는 주유소 알바보다는 정신적으로 훨씬 나았다. 


사장님의 요구사항은 크게 한가지였다.


"기욱아, 손님들한테 인사할 때는 큰 목소리로, 친절하게 웃으면서 하거라!"


알바생은 인사성만 밝아도 50프로는 먹고(?) 들어간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훗날 여러가지 알바를 하며 그 때 사장님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가스충전소 주업무>


1. 가스충전 

- 주로 택시기사 손님들이 많았다. 당시 업무용차인 택시는 가스차였다.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2. 서비스

- 손님들이 원하면 커피한 잔과 화장지 드리기

- 택시기사들에게 100원짜리 동전 바꿔주기

- 눈치껏 하되 손님에게 너무 퍼주면 안된다.^^; 커피와 화장지 값도 무시 못하기 때문)


3. 화장실 청소

- 변기청소, 쓰레기통, 재털이 비우기


4. 충전소 주변 쓰레기 줍기, 장마철 빗물 쓸기

- 집게와 쓰레받이 들고 돌아댕기며 샅샅히


가스충전시 가스주입기를 처음에 잘못 꽂으면 가스냄새가 진동했다. 별로 맡고 싶지 않는 냄새였다. 정력이 떨어진다는 근거없는 소문을 듣고부터는 괜시리 신경쓰였다.^^;스무살인데 벌써 그러면 어쩌나하고 말이다. 지금 생각하면 웃기다.




함께 일했던 발명가 형님에게 배운 한가지


이 알바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사람이 한 명있다. 바로 나와 함께 알바했던 형님이다.

나보다 열 세살 정도 위의 발명가 형님이셨다. 일을 하면서 인생이야기도 많이듣고 여러모로 의지했던 분이라 지금도 생각이 많이 난다. 개인 특허가 여러개가 있을 정도로 유능한 분이셨다. 


당시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모색하던 중 돈을 모으기 위해 알바를 두탕이나 뛰셨다. 그 밖에 피치못할 힘든 사연이 있으셨던 것 같은데...알바를 하던 기간이 형님의 인생에 있어서 위기의 순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형님은 새벽아침 일찍 일어나서 우유배달을 하고, 아침 8시에 충전소로 출근하셨다. 집에 놀러간 적이 있었는데 형님의 각종 발명품들을 신기하게 구경했었다. 알바생의 기본은 그 분에게서 배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분은 알바를 하기에는 적지않은 나이임에도 항상 밝게 일하셨다. 인사할 때도 오히려 나보다 큰 목소리로 하셨고, 일을 적극적으로 찾아 하시는 분이었다. 당시 스무살의 나에게 형님의 그런 모습은 신선하게 다가왔다.

당시 충전소 사장님이 형님과 비슷한 연배여서 알바를 한다는 게 쉽지않은 결정이었을텐데 말이다. 


  

1. 발명가 형님처럼 언젠가 살면서 나이와 체면을 벗어던지고 일을 해야할 순간이 온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2. 발명가 형님처럼 그 순간을 밝고 긍정적인 자세로 넘긴다면 좋은 날이 오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알바를 했던 발명가 형님에게 느끼고 배운 것이다.

알바의 추억을 떠올리면 언제나 그 형님이 떠오른다.


지금은 일이 잘 풀리고 건강하게 잘 살고 계신지 모르겠다.

벌써 연락도 못드린채 8년여의 시간이 흘러 버렸다.

시간 참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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