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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욱 Oct 03. 2020

알바촌극#16 세차장 알바, 오래 씹은 오징어 다리처럼

알바경험담#!6

저는 30대 중반 아재입니다. 제가 20대이던 대학교 재학 시절, 아르바이트를 했던 경험을 주제로 소소한 깨달음을 적었던 글입니다. 오래전 개인 블로그에 올렸던 글입니다.


2009년도 설날과 추석. 추석 연휴기간 전날 3일과 설날 연휴기간 전날 3일 동안 셀프세차장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세차장은 명절 바로 전 날 즈음해서 일손이 좀 더 필요하다. 고향에 내려가는 사람들이 오랜만에 자동차에 광을 내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때 세차하러 세차장에 많은 차들이 몰린다. 


셀프 세차하는 손님이 대부분이지만, 드문드문 손세차를 해달라는 손님이 있다. 그중 명절날은 손세차를 해달라는 손님이 유독 많다. 아르바이트생이 없는 곳은 사장님이 직접 손님 차들을 세차하느라 어깻죽지가 빠질 지경이다. 덜렁덜렁한다. 사모님도 함께 투입되기 때문에 사모님 어깨도 덜렁덜렁한다. 


오래 씹은 마른오징어 다리처럼.


그런 세차장에 초단기 아르바이트생으로 투입되었다. 다 합치면 한 6일을 했을까. 마른오징어 같은 몸으로 최홍만 크기(^^;)의 차들을 세차하려니 몸에 힘이 바로 빠지고 그냥 쑤셨다. 힘쓰게 생기지 않은 내 신체를 탓할 수는 없었다. 힘든 순간마다 시퍼런 배춧잎을 떠올렸다. 그리고는 다시 힘을 냈다. 영차 영차 손세차를 했다.


세차장 아르바이트생 주 업무는 바로 이것이었다. 단기였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세차장 아르바이트생 주 업무>


-손세차(거품 세차, 시트 청소, 차량 내부 청소, 유리청소, 차 겉면 청소, 바퀴 휠 닦기, 각종 먼지 제거 등등.)


-셀프 세차하고 간 손님들이 바닥에 내 버린 각종 쓰레기 치우기


-겨울이면 눈 즉각 즉각 치우기 


-셀프 세차하시는 손님들께 500원짜리 동전 바꿔 드리기


사장님이 보통 이것들만 시켜서 그런지 다른 일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저 넷 중 손세차가 가장 힘이 많이 들어갔다. 손세차를 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


  

<느낀 점, 하나>


힘쓰는 일이라고 해서


무작정 힘으로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요령을 빨리 터득해야 한다는 사실.


그래야 사장님도 안 폭폭 하고, 나도 폭폭 하지 않다.


당시 손세차에 보통 2~3명이 달라붙었다. 명절이라 차가 밀리고 빠른 시간에 끝내야 했기 때문이다.


요령 없이 힘으로만 빡빡 손세차를 하다 보니 금방 몸이 지쳤다.

사장님은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으신데도 힘든 기색이 없으셨다. 




나 혼자만 자동차 본넷이 있는 머리통(?)을 닦다가 낑낑댔다.

사모님도 나보다는 힘든 기색이 없으셨다.


요령이 있어야 한다고 말씀해주셨지만 그 요령이란 것이 무엇인지 잘 몰랐다. ^^;

하여튼 며칠 지나니 요령이란 것이 좀 생기긴 했다.

힘이 덜 들어가게 해서 손목 스냅을 이용해서(??) 효율적으로(?) 손님들 차를 세차했다.

몸을 닦는 방향으로 같이 움직여서 리듬을 탔다. 손 힘으로만 하지 않았다.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표현하고 싶어 죽겠지만. ^^;


  

<느낀 점, 둘>


무엇이든 힘쓰는 일을 할 때(하물며 걸레질도), 요령을 터득하면 일은 쉬어진다.


그래야 몸에 무리를 주지 않고, 길게 일 할 수 있다.


기억을 더듬어 옛 아르바이트의 추억을 되살려 보았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나면 거창한 것을 깨닫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닭다리에 맛소금 뿌리듯이 살짝살짝 깨닫는 것이 있다.


그리고 아르바이트할 때마다 느낀 것이지만..


'무슨 일이든 돈 버는 건 결코 쉽지 않다'는 것. 거의 모든 아르바이트생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그래도 배춧잎을 생각하면.. 버티고 버틴다. 아르바이트생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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