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딩에세이#15
나는 그렇게 착한 사람은 아닌데, 직장생활을 하면서 '착하다'는 소리를 들을 때가 있다. 직장 동료를 존중해주고, 상식적인 배려만 있다면 '착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을 확률이 올라간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내가 무슨 배려심이 가득차고, 인격이 훌륭한 직장인이라도 되는 것 같아 민망하다. 단지 업무를 할 때 정중하게 부탁을 하거나, 감정이 상하지 않게 말을 조심해서 한다거나 하는 정도일 뿐인데 말이다. 이런 평가는 어쨌든 감사할 뿐이다. 사실 '일 잘한다'는 평가가 제일 좋겠지만 착하다는 평가도 어찌보면 감지덕지다. 조직생활을 하기에 모나지는 않았다는 뜻이니깐 말이다. 단, 착하다는 이미지가 될수록 호구 잡힐 확률도 좀 올라간다는 느낌적인 느낌.
나는 모두에게 '착한 사람'은 아닐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나쁜 사람'일 수 있다. 단지 '착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나쁜 사람'이라는 평가보다 상대적으로 더 받은 정도다.몇년 전 마음 속 감정이 '안좋은 말'로 툭 튀어나와 직장 상사와 관계가 어색해진 적도 있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나쁜 놈'이라는 표현을 들은 적도 있다. 그 이후로 직장 내에서 감정을 드러내는 언행을 조심하게 되었다. 한번 내뱉은 말도 여러번 곱씹어 생각하기도 했다. 내가 내 뱉는 말의 표현에 따라 상대방이 불편함을 느끼거나 마음의 상처를 입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사실 착하고 나쁘고는 직장에서 상대적으로 덜 중요할지도 모른다. 일을 잘하느냐, 못하느냐가 더 중요할테니 말이다. 그런데 타인에 대해 평가하기를 좋아하는 조직 내에서 한 개인의 착함과 나쁨이 의외로 그 사람을 판단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사실 착함과 나쁨의 기준은 애매모호하고 주관적인 것 같다. A라는 사람이 B라는 사람한테는 착한 사람일 수 있지만, C라는 사람에게는 착한 사람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보통 '착하다'는 평가 뒤에는 다음과 같은 유형의 말들이 오간다.
"A씨는 착하기만해."
"A씨는 착한데 일은..."
"A씨는 착한데다가 일까지 잘해."
"A씨는 성질은 X같은데 일은 똑부러지게 잘해."
"A씨는 성질도 X같은데 일도 X같이 해."
기왕이면 착하면서 일도 잘한다고 평가받으면 금상첨화일 것 같다. 그런데 어디 이게 뜻대로 되랴. 나는 과연 저 중에 어디에 속해 있을까. 착하다는 평가 뒤에 또 어딴 말이 숨어 있을까. 직장내 음지에서 오고가는 말들을 내가 다 알 수 없을터. 착하다는 평가외에 어떤 다른 평가가 동시에 따라오는지 살펴볼 필요는 있다. 어느 정도 눈치가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착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보다는 성격이 X같아도 일은 잘한다라는 평가가 조금 더 나을 것 같기는 하다.
착하다는 평가는 누군가에는 호구잡힐 여지도 주지만, 누군가가 나에게 다가오기 수월하게 해주는 장점도 있다. 직장동료들과 무난한 관계를 이어간다는 증표가 되기도 한다. 사실 직장은 성격으로 평가받는 곳은 아니다. 일로 평가받는 곳이 직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직장은 일말고도 이런 저런 것들로 누군가를 자기멋대로 평가하고, 입맛에 맞게 재단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이기도하다. 그래서 어떨 때는 피곤한 동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