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기욱 Jun 30. 2021

직장생활 중 감정 표출에 대하여

직딩에세이#13

내가 누군가에게 저 위 그림과 같은 말을 내뱉게 하진 않았을까 반성해본다. 어느날 문득 그린 그림이다.


역사 속 성인군자와 예수, 부처가 직장생활을 해도 감정을 잘 다스릴 수 있을 것인가. 욱하지 않고 직장상사와 동료, 부하직원과 잘 지낼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이 궁금하다.


직장은 때로는 이성의 한계를 느끼고 감정을 표출하게 되는 곳이다. 누구도 예외일 순 없다. 일을 하다보면 직장상사나 동료간에 서로에 대한 불만이 쌓여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고 급기야 감정을 표출하게 된다. 여기서 '감정'은 권총의 방아쇠와 같은 느낌이다. 나도 모르게 욱해서 그 방아쇠를 당기면 '말'이 총알이 되어 상대방의 마음 깊숙히 박혀버린다. 정조준을 하는 게 아니라 난사가 되는 형국이다.


서로 얼굴을 오래봐야하는 직장에서 서로 불편해질까봐 화를 꾹꾹 참으며 지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다가 상대방이 어느 선을 넘으면 그 순간 감정이 폭발하게 된다. 목젖을 지나 혓바닥위에 얹힌 토사물이 입밖으로 나오기 직전일 때, 그 토사물은 두 손을 모아서라도 받아낼 수 있다. 그런데 꾹꾹 참았다가 순간 폭발하는 사람의 감정을 그 누가 그렇게 할 수 있으랴.


화를 못 이겨 순간적으로 '욱'하면서 표정을 일그리거나 나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거나, 아니면 욕설 비슷한 느낌을 주는 단어를 쏟아낸다. 예를 들어 '아이 씨(발)'. 아차 싶으면서도 이미 엎지른 물이다. 주워담기에는 이미 늦었다. 이 순간 표출된 감정은 유리조각이 되어 상대방의 마음 어딘가에 쿡 박힌다. 서로 반대가 되어도 마찬가지다. 피만 흐르지 않을 뿐이지 안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 유리조각에 찔린 부분이 회복되기까지는 사람에 따라 오랜 시간이 걸린다. 사실 회복할 기회를 상실해버리고 불편한 관계가 이어질 확률이 더 크다. 그렇다고 왠지 내가 먼저 사과를 하자니 지는(?) 기분이 든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 먼저 사과할 정도로 내가 잘못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더 있지 않은가. 이건 상대방 역시 비슷한 생각일 것 같다.


어쨌거나 누가먼저 손을 내밀어 사과를 안하고 꼬인 감정을 풀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직장 생활 내내 불편한 관계가 이어질거는 불 보듯 뻔하다. 업무적으로 얽혀있을 때는 더욱 불편한 관계가 이어질 것이다. 목구멍에 고구마 여러개를 박아놓고 일하는 심정일 터. 감정를 표출한 사람이나 그 직격탄을 맞은 사람이나 기분은이찝찝하기는 매한가지다. 괜히 내가 나쁜 나쁜 사람이 된 것 같고 이해심이 부족한 것 같고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그러다가도 나보다 상대방이 더 잘 못했다고 생각하며 씩씩 대기도 한다. 


둘중에 누군가는 참는 사람이 생기거나, 둘 다 불이 붙어 한바탕 싸우거나. 참는 쪽은 속병을 앓다가 스트레스를 받기 일쑤다. 한바탕 싸우고 나자니 관계에 있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 버리게 된다. 최대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업무적으로 깔끔하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그게 어찌 마음대로 되는 일인가. 내가 상대방의 감정을 표출하게 만드는 도화선이 될 수도 있고, 상대방이 나의 뇌관을 터트릴 수도 있다. 어쨌든 상대방의 감정이나 자존감, 자존심이 상처 입지 않게 말을 조심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 이렇게 써놓고도 뭔가 찔린다. 하하하. 그런데 말이 쉽지 이렇게 하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직장생활 8년차.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사람은 이성의 동물보다는 감정의 동물에 더욱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이전 03화 직장인 그림일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