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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은 Oct 21. 2023

포장지 꾸미려다가 내용에 빠졌다

2. 아이패드 드로잉

브런치에 글을 쓸 때면 함께 올릴 사진도 신경 쓰였다. 인물 사진은 얼굴을 가리기보다 그림으로 그리면 좋겠다 싶었다. 잘 포장된 글을 위해, 포장지도 이왕이면 내 손으로 꾸미고 싶었다.


사실 몇 년 전 아이패드 드로잉을 배운 적이 있다. 총 6번의 수업이었고, 매주 새로운 브러시 기능과 툴을 배웠다. 초심자다 보니 간단한 기술만 배우고 그대로 따라 해도 금방 결과가 달라지는 게 보였다. 문제는 그 이후에 따로 시간을 내서 스스로 그리진 않았다. 언제나처럼 내 아이패드는 다시 동영상 재생용으로 남겨졌다. 지금 다시 결과물을 보아도 내가 어떻게 이 그림을 완성했는지 도무지 기억나지 않았다. 


다시 그곳을 찾았다. 이번엔 알려주시는 기능을 정리해 두기로 했다. 공책을 가져가서 배운 내용을 적었다. 덕분에 수업을 들으면서 몆 장의 인물사진을 완성할 수 있었다. 나 혼자 처음 그럴싸하게 그리고 나니 춤이 절로 나왔다.       


처음 혼자 완성한 그림

이어서 구청에서 무료로 해주는 아이패트 풍경화 수업을 발견했다. 소수정원이었던 이전수업과 달리 대규모의 인원이었다. 선생님도 다르고 풍경화만 주제로 했는 데, 여기서도 배울 점들이 많았다.      


1. 구도

그리기 전 단계에서 격자로 3단 구도를 먼저 잡고 시작을 한다. 사진을 찍을 때도 구도가 기초다. 조소도 마찬가지다. 사람 얼굴을 표현한다면 대략적인 큰 틀부터 시작한다. 그런 다음 세세한 디테일로 들어간다. 처음부터 눈에 꽂혀서 그것에만 집중하면 나중에 완성하기 힘들다. 

-> 수업에서 설계도는 지도안이다. 매 수업마다 지도안은 짤 수 없지만, 항상 수업목표, 힘주는 중심활동, 힘 더는 활동, 발문 같은 거를 주제에 따라 준비한다. 

->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대강의 뼈대를 먼저 생각하는 것 중요하다. 나도 첫 문장, 첫 부분의 디테일, 문장, 단어 하나하나도 너무 신경 쓸 때가 있는데 그러면 글이 잘 나아가지 않았다.  

      

그리면서 알게 된 가까이 있는 건물과 멀리 있는 건물의 명도와 채도 규칙들


2. 색감각 그리고 기본 규칙

결국 그림은 색 선택이라고 했다. 명도와 채도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색감각을 중요시했다. 타고난 감각과 관찰력도 있지만, 여기에도 기본적인 법칙이 존재했다. 예를 들어 맨 앞은 진하고 선명하게, 멀리 있는 대상일수록 흐려지고 옅어지게. 명암을 넣을 때 색이 동떨어지지 않도록 선택하는 팁, 어색하지 않게 색을 조합하는 팁들이 있었다. 

-> 색 팔레트에는 무한대의 색이 존재한다. 그냥 우리가 이름 붙인 무지개 색들도 명도와 채도에 따라 다 느낌이 다르다. 작품 톤에 맞는 색을 선택하는 것에 관하여, 그런 타고난 색감각을 키우는 것을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사진을 보든 직접 대상을 보든 세심한 관찰력을 통해서 이런 법칙이 나오는 게 아닐까 싶다. 

->지켜야 할 법칙들은 기본적인 기술일 것이다. 그것들을 습득하고 그 외에 그 이상의 부가적인 것을 생각해 본다. 모방을 넘어서 나만의 작품을 나아갈 때, 관찰력을 키우고 나만의 색을 찾는 것을 어렴풋 상상해 보았다.      


3. 재료와 표현방식

아이패드 드로잉은 브러시에 따라서 다양한 재료의 질감을 활용할 수 있다. 같은 대상도 재료와 표현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작품이 된다. 

-> 오일브러시, 유화, 수채화, 색연필, 목탄 등의 재료 자체의 매력들, 여러 가지 표현 방식을 활용해 낯설게 독창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화가들이 생각났다.   


글을 쓰거나 수업을 구상할 때도 생각할 거리가 많아서 좋았다.


나의 아이패드는 그동안 내 집 식탁 위에만 있었다. 나도 밥을 먹으며 유튜브와 OTT영상을 볼 때만 찾았다. 몇 주간 이어졌던 드로잉 수업으로 드디어 아이패드도 집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이후에 몇 개의 글에도 혼자 드로잉으로 필요한 그림을 올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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