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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혹박 Oct 22. 2021

(한국 최초 회계 감사 소설) 회계하고 감사하라

2화. 2010년 1월 18일~20일, 인서울에듀 주식회사

회계하고 감사하라

(수습 회계사의 이야기)




2화. 2010년 1월 18일~20일, 인서울에듀 주식회사



 9시 50분이라... 감사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도 다른 회사들보다는 다소 늦은 시각인 10시에 출근했었다. 다른 선생님들은 10시 넘어서도 오고 기강이 참... 해이하네 하고 생각하며 나의 출근 시각도 점차 10시를 조금씩 넘기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사무실 출근도 아니고 초행길이고 하니 부지런을 떨어야겠다 다짐하고 무거운 노트북 가방에서 준비물들을 다시 확인하고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두 번의 환승이 필요한 1시간 40분짜리 여정이었다. 가방은 무겁고, 신발은 불편하고, 하차역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 덕분에 첫 감사 필드에 나간다는 긴장감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없었다. 하긴 작년 11월에 이 회사에 중간감사[1]를 갔다 왔기에 회사에 대한 이해는 어느 정도 되어 있었다. 학원업을 하고 있는 외감 대상 회사[2]로서 기존의 학원 몇 개를 인수하여 규모가 커지고 있을 뿐 아니라 온라인 강의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회사다. 내가 맡았던 계정과 관련하여 회사 담당자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묘하게 느꼈던 것이 회계 과장님의 회계 지식이 많지 않은 것 같았고, 그로 인해 나는 안도감을 느꼈다. 별거 아니구나. 이번 기말감사[3]에서도 나에게는 당좌자산과 유동부채[4] 정도가 어싸인될 것 같다.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십쇼.” 

나독립 선생님이 인서울에듀 재무이사님과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다. 노대차 선생님도, 김장수 선생님도, 나도 이어 인사했다. 재무이사님과 나란히 서 있던 분이 명함을 주며 인사를 했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김 과장이오” 

나도 명함을 받으며 인사를 하려고 하는데 재무이사님이 옆에 계신 분을 소개하며 말했다. 앗, 회계 과장이 바뀌었구나. 이 분은 어떤 분이실까? 조금 움츠러들지만 표시 내면 안 된다. 그래서 빨간 립스틱도 바르고 왔잖아.  모두가 회의실 테이블에 착석했다.  

“최근에 또 학원 하나를 인수해서 12월 31일 자로 합병 회계처리 반영해 놓았습니다. 맞게 들어갔는지 잘 봐주시고... 뭐 김 과장이 알아서 잘했겠지만...” 

재무이사님은 이렇게 말한 후 나독립 선생님에게 담배 한 대 피우자며 함께 회의실 밖으로 나갔다. 노대차 선생님은 회의실 테이블에 노트북을 꺼내 전선 연결할 곳을 찾고, 마우스를 꺼내고, 전원을 켜면서도 회계 과장님이 언제 입사했는지와 전에 어디서 일했는지를 묻고(‘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하고 뒤이어 급하게 덧붙였다.) 듣는 데에 분주함도 서두름도 어색함도 거리낌도 없다. 회의실 테이블 한쪽에 준비된 전기 주전자와 생수, 종이컵 그리고 커피믹스 쪽으로 가 커피를 타면서 회계 자료가 어떻게 준비되어 있는지 묻고는 벌써 관련 자료를 건네받았다. 그 틈에 나도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얼른 노트북을 준비했다. 담배 냄새를 풍기며 재무이사와 나독립 선생님이 함께 들어왔다. 

“자, 이제 수고들 하시고, 필요하시면 김 과장 찾으십시오.”  

재무이사님이 말한 후 회계 과장님과 함께 회의실을 나갔다. 나독립 선생님이 노트북을 열자 노대차 선생님이 회계 과장님으로부터 받은 회계 자료를 전달했다. 나독립 선생님은 어싸인[5]을 마쳤는지 이렇게 외쳤다. 

 “어싸인 보냈습니다. 자, 회계하셨으니 감사합시다.” 




 나는 예상대로 당좌자산, 유동부채, 영업외수익[6], 영업외비용[7]을 맡았다. 전기 조서를 열어놓고 참고해가며 열심히 총괄표[8]를 만들기 시작했다. 예금 계정은 은행조회서와 대조한 후 차이 나는 것에 표시하고 있다. 다른 계정과목은 전기 대비 증감 분석도 하고 계정별원장을 이용한 월별 추이를 전기와 비교도 했다. 특이점이 눈에 띄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표시를 해두고 있다. 후에 회계 과장님에게 질의할 예정이었다. 그 때 옆에 두었던 믹스 커피가 든 종이컵이 쓰러지면서 옆에 있던 은행조회서를 적셨다. 당황한 나는 가방에서 티슈를 꺼내 급하게 닦아 냈다. 금방 닦아 내어 다행히도 찢어지거나 번져서 안 보이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진한 커피 색이 배어 버렸다. 

“커피 항상 조심하십시오. 1년 차는 은행조회서를 보물 다루듯이 해야 한다구요.”

노대차 선생님이 나무라듯 말했다.   




 둘째 날, 개별 거래들을 살피고, 관련 서류를 관찰할 필요가 있는 건들에 표시를 해두고 회계 과장님에게 증빙서류 요청을 해둔 상태다. 시간이 꽤 흘러 지루해질 때쯤, 더 늦어서는 안 될 것 같아 재촉을 하려고 하는데 회계 과장님이 회의실로 들어왔다. 이미 상당히 지친 얼굴로 나독립 선생님 옆 자리에 앉았다. 

“영업권[9] 손상 검토[10]한 파일입니다.”  

유에스비를 건네고 자신 없는 표정으로 나독립 선생님의 노트북에서 파일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요청 자료를 받을 때까지는 더 이상 할 일이 남아 있는 것 같지 않았고, 영업권이라는 말에 솔깃하여 마우스에서 손을 떼지는 않았지만 두 사람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영업권이라니... 정말 멋지고 중요한 계정이잖아. 중급회계 과목에서도, 고급회계에서도, 회계감사에서도, 세무회계에서도 항상    이슈의 중심, 논란의 중심에 있는 아이잖아. 이렇게 현장에서 그 실물을 만나게 되다니 흥분되는 걸. 나독립 선생님은 자신에게 영업권과 개발비 단 두 개의 계정만을 어싸인했다. 나독립 선생님은 마우스를 움직여 가며 김 과장님에게 이런저런 셀 값에 대해 질문했고 마지막 값으로 가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마침내 전체가 파악이 되었는지 질문의 뉘앙스가 설문조에서 심문 조로 바뀌었다.  

“강서 학원의 작년, 그러니까 합병 전 매출 대비 올해를 포함한 향후 5년간의 매출 추정액이 너무 높은 것 아닙니까?” 

이렇게 묻고는 김 과장님의 얼굴을 바라봤다. 지금까지 노트북 파일만 바라보며 질문하던 태도와는 확실히 다른 의구심이 깔린 심문이었다.  

“우리 학원의 간판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수강생 모집이 훨씬 수월해질 거라는 예상에서 입니다. 우리 회사의 매출 성장률을 적용하여 추정한 매출액입니다. 무리한 추정은 아니라고 생각되는데요.”  

김 과장님도 지지 않고 대답했다. 나독립 선생님은 김 과장의 답변에 수긍한 것인지 아닌지 모를 표정으로 다시 노트북으로 시선을 옮겼다가 마우스를 손에서 놓고 의자 등받이에 기대며 이렇게 반격했다. 

“그렇다면, 매출 증가율에 비해 매출원가[11] 증가율이 턱없이 낮은데요? 이것 보세요. 매출총이익율[12]이

높아졌잖아요.”  

김 과장님의 해명을 듣기도 전에 나독립 선생님은 키보드를 두드리며 뭔가 작업을 하는 모양이다.  

“보십시오. 매출총이익율을 전기와 동일하게 적용하니 영업권 감액 2억 정도 나오는군요. 강사료가 매출액에 연동되어 움직이지 않나요?”  

나독립 선생님이 쐐기를 박았다.  

“강사료가 수강료에 연동되어 계약되어 있는 강사들도 있고, 고정급[13]으로 계약되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김 과장님은 한 발 물러선 듯 한 톤 낮게 대답했다.  

“강서 학원 강사 계약서 전부 갖다 주십시오.”  

나독립 선생님은 명료한 주문으로 설전을 마무리했다. 




 마지막 3일 차 오후 4시. 철수 시간이 다 되어 간다. 내 계정에서는 미수이자 미계상[14] 등의 자잘한 발견 사항들이 있었으며, 영업권 감액이 수정 반영되어 회사가 처음 제시하였던 당기순이익[15]이 3억 원 정도 감소되었다. 나독립 선생님은 어제 강서 학원의 강사 계약서를 모두 훑어보았고, 강사료가 수강료와 연동되지 않은 강사 계약서를 총 15건 중 2건뿐임을 확인하였으며, 그리하여 매출총이익율을 전기와 동일하게 반영할 것을 회사에 요청하였다.  

“아, 나는 감사 다 끝났다.”  

나독립 선생님이 이렇게 말한 시각은 2일 차 오후 3시. 뭐야, 벌써 끝났다고? 김 과장님이 영업권에 매달려 있느라 내 계정 요청자료 하나도 안 주셨는데 언제 주실 런지? 옆 자리 김장수 선생님을 보니 고요하다. 뭐지? 자신감인가, 무관심인가?   



 6시가 다 되어 가자, 재무이사님과 김 과장님이 회의실로 외투를 입은 채로 들어왔다. 지금까지 소개받지 못했던 여자 직원 분도 함께였다.  

“이제 끝내셔야죠? 뭐로 드실까요? 회 괜찮으세요?”  

재무이사님의 말에 우리 모두는 노트북을 정리했다. 뭐야? 어색하게 회식이야? 일식집의 좌식 테이블에 둘러앉아 오이가 들어 있는 도기 주전자에서 소주를 따라 나눠 마시며 어느새 재무이사님의 사적인 얘기를 시작으로 모두가 조금 전의 일은 모두 잊어버리기라도 한 듯,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의 술자리인 듯 화기애애한 대화로 시끌벅적했다. 나에게도 질문이 쏟아졌다. 나이가 몇 살인지 등등.  

“우리 기동차 선생님은 작년에 졸업하면서 1차 붙고, 같은 해 동차로 합격한 수재입니다.”  

나독립 선생님이 우리 엄마인 마냥 자랑스러워하며 나를 대신하여 대답했다.  

“그럼 나이가…”  

여자 직원이 내게 물었다.  

“스물 넷이에요. 아, 이제 스물다섯 됐네요.”  

앗, 치마를 잘못 입고 왔다. 다리를 펼 수도, 구부릴 수도 없이 불편한 데다가 이제 저려오기까지 했다. 아저씨들과의 술자리는 처음이라 어색한데 여자 직원 분과 함께라서 조금 낫다.  9시를 넘어서고 있는 시각, 이제 나가시죠 하는 누군지 모를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예! 이제 집에 가나보다 했는데 나만 들었나 보다. 여기저기서의 대화는 끝날 줄 모르고 계속되고 나가자 했던 사람이 누구였는지 알 수 없게 모두가 신난 표정으로 떠들고 마시고 있다. 결국 10시가 다 되어서야 술집 밖으로 나왔다.  

“잘 먹었습니다.”  

재무이사님이 계산을 하였는지 나독립 선생님이 꾸벅 인사를 했다. 

“저희도 덕분에 잘 먹었습니다. 이렇게 헤어지기 아쉬운데 노래방에서 노래 잠깐 하고 가시죠.” 

재무이사님이 말했다.  

“전 차 시간이 다 되어서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오노! 여자 직원 분이 우리를 향해 작별 인사를 했다.  

“오, 그래. 수고했어. 조심히 들어가.”  

그럼 나도… 



 이 분위기 어쩌지? 첫 곡으로 뭘 선곡해야 하지? 친구들이랑 신나게 불렀던 고등학교 때 유행했던 노래? 나 혼자 노래방 가서 불렀던 감상적이면서 좀 있어 보이는 노래? 아니면 요즘 유행하는 아이돌 노래? 그것도 아니면 앞서 아저씨들이 불렀던 송골매의 ‘어쩌다 마주친 그대’와 같은 80년대 노래를 찾아봐야 하나?  나는 내 첫 곡으로 티아라의 보핍보핍을 골랐다. 








[1] 12월 말 법인의 기말감사가 차년도 1월에서 3월 사이에 실시된다면, 중간감사는 12월 말이 되기 전 10월에서 11월 사이에 동태 파악을 위해 실시된다. 기말감사 시 입증 감사의 성격과 범위와 시기를 결정하기 위한 단계이며, 감사 위험을 파악하는 단계이기도 하다.  


[2]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감사 대상 법인을 줄여 외감 법인이라고 하며, 대한민국의 경제 규모 및 정부 규제 정책에 따라 때때로 범위를 개정하고 있다. 2009년 당시 외감 대상 법인은  2008년 개정되어 상장 법인 및 협회등록법인, 상장 예정 법인, 비상장 법인 중 직전연도말의 자산총액이 100억 원 이상인 법인이었다. 


[3] 12월 말 법인의 기말감사가 차년도 1월에서 3월 사이에 실시된다. 대체로 감사대상 회사를 며칠간 방문하여 입증 감사 절차를 행하는 것으로 회계 감사 과정의 일부이지만 비중을 가장 많이 차지한다.

  

[4] 당자좌산이란 1년 이내(일반적으로 1년. 1년이 아닌 경우도 있음)에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 중 재고자산을 제외한 자산들의 묶음을 말하며, 유동부채란 1년 이내에 상환해야 할 의무가 있는 부채의 무리를 말한다.


[5] 재무제표에 표시된 계정과목과 감사 절차상 필요한 업무를 감사 참여자에게 할당하는 것을 말한다. 


[6] 영업활동 외의 활동으로부터 발생한 수익의 무리를 말한다. 


[7] 영업활동 외의 활동으로부터 발생한 비용의 무리를 말한다. 


[8] 계정과목의 당기 금액과 전기 금액을 표시하고 증감액, 증감률 산출하는 표를 말한다.


[9] 회사가 다른 회사를 인수하거나  다른 회사의 일부 사업 전체를 인수하는 경우 순자산의 가치를 초과하여 지급한 대가를 영업권이라고 한다. 


 [10] 영업권은 쉽게 말하면 실제 가치보다 비싸게 사 왔다는 것이기 때문에 비싸게 사 오게 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를 파악하여 해마다 그 가치가 손상되지 않았는지를 검토하도록 되어 있다. 


[11] 학원업의 매출원가는 주로 강사료이며 이외에 교재비도 있다. 


[12] 매출원가율=매출원가/매출액. 매출원가율이 높으면 같은 매출액이어도 매출총이익이 낮아지고, 반대로 낮으면 같은 매출액일 때 매출총이익이 높아진다. 


[13] 수강생 수와 관계없이 월 급여가 일정 금액으로 확정되어 있는 경우를 말한다.


[14] 발생주의 원칙에 근거하여 정기예금과 같이 만기에 이자를 수취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재무상태표일까지 발생한 이자를 이자수익으로 계상한다. 


[15] 손익계산서에서 최종 이익을 말한다.




다음 화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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