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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혹박 Apr 11. 2021

2장. 제대로 걸려버린 이민병

이민을 가지 않고서는 못 고친다는,

 뉴질랜드 살이를 목표로 정하고남편과 나는 우선 영어회화 공부를 시작했다  영어 공부를 해본  오래였고회화는 아예 기초부터 안되어 있었다남편이 먼저 출근 전에 영어학원 새벽반에 다녔고나는 첫째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아직 돌이   둘째 아이와 함께 지내면서 듣고 따라 하기를 했다 계획은 남편과 나만의 비밀이었고그렇게  달을 보냈는데이민 절차나 비자에 대해서는 무지한 상태였다그러다가 유학 이민 박람회가 열린다는 광고를 보고 둘째 아이는 아기 띠로 안고첫째 아이의 손을 잡고  식구가 나란히  박람회를 다녀왔다 박람회에서 우리는 크게 좌절했다우리는  번도 해외에서 살려면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한 것이었다그저 살고자 하면   있는 거라 생각했다박람회에서 만난  유학원 관계자는 요즘 성공하는 이민 전략이라고 안내하면서무슨 무슨 대학에 입학해서 요리과정 1년을 하고 나면 취업비자 1년짜리가 나오고, 1 안에 취업이 되면 바로 영주권 신청을   있고그러면 쉽게 영주권이 나온다고 했다 길이 아니면 언어 문제도 있고어쨌든 어렵다고 덧붙이면서 말이다그의 말에 우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내가 원하는 것은 어떤 곳인가   살아보고 싶은 건데 듣기만 해도 답답한 비자영주권 단어를 들으니 거의 포기상태가 되었다

 

 남편에게는   지펴진 불이 쉬이 꺼지지 않았다남편은 흔히 말하는 이민병에 걸리고 말았다 뒤로 남편은 이민 절차에 대해서 공부하기 시작했고나에게  가지 선택지를 주었다우리는 나의 성향과 남편의 취향을 고려하여 최종 선택지를 낙찰했다그것은 나를  신청자로 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는데 나의 회계사 경력을 살려 회계학 1년을 공부하고 1년짜리 취업 비자가 나오면 취업을 시도해보고혹시라도 취업이 된다면 영주권을 받을  있는 점수를 쉽게 얻을  있다는 시나리오였으며오클랜드 (뉴질랜드의 경제 수도) 피할 것이라는 조건을 달았다첫째남편은 북적이는 서울살이에 지쳐있었으며둘째는 오클랜드 지역이 아닌 곳에서 취업이  경우에는 영주권 신청  가산점이 있기 때문이었다나는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회계사까지는 아니더라도 말단 회계직으로 일하는 것쯤은 자신 있다고 생각했다

 

 우선 영어 점수가 필요했다학교에 들어가려면 아이엘츠(IELTS) 아카데믹 버전으로 6.0 이상의 점수가 있어야만 했다나는 아이엘츠 공부를 시작했고왕년엔 영어 공부  했다며 자신만만해했다. 10년간 잊어버려서 그렇지 조금만 하면 실력 나올 거라고 자신했다남편은 이민에 대해 한결 진지해지면서 본격적으로 영어 공부를 하기 위해 하던 사업을 정리하면서 영어학원 종일반 프로그램에 다니고 있었다이제 내가 주축이 되어 준비해야 했기 때문에 스케줄이  위주로 돌아가게 되었다남편은 다시 회화 새벽반만 다니고  동안엔 내가 하루 종일 아이엘츠를 준비했다그러는 사이 남편은 비행기 표를 샀다. 2018 1 2 출국출국 여섯    아이엘츠 시험을 봤다그러나 점수는 처참하게도 5.0이었다말하기와 쓰기 영역 점수가 형편없었다그때였다영어 자신감이 떨어졌을 때는 달을  준비하고  번째 시험을 봤는데 5.5. 6.0 얻기에 실패하여   없이 어학과정 6개월을 다니고 회계학  과정을 시작하는 것으로 학교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출국 날짜가 정해지고학교 서류까지 진행되고 나니 이제 마음이 급해졌다지인들에게 알리기 시작했고 아이의 학교를 알아보고해외 이사를 알아보고지금 살고 있는 집의 관리를 시부모님께 부탁하기 위해 위임 서류를 만들어 두고그곳에서  구하는 방법을 알아보고그곳에서 중고차 사는 곳을 알아보고국제 운전면허증을 받아두고아이들 예방접종 영문증명서를 출력해두고… 막상 살던  모두를 정리하는 것과 가서 살기 위해 필요한  모두를 준비하는 것을 동시에 하려고 하니  양도 많고 스케줄이 꼬이는 것도 있어서 엑셀로  일을  정리하고 남편과 역할을 분담하여 스케줄을 관리했다가기  만날 사람들도 만나야 했고 만나는 경우 전화로라도 작별을 고해야 했다.

 

 이삿짐을  정리하고마지막    2주는 친정에서 2주는 시가에서 보내기로 했다정신없이 이주 준비하느라 진짜 가는 건지 실감도  났는데 이제 남은 기간 가족들과 함께 있다 보니 가슴이 뭉클해져 오고 그제야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시부모님께 처음 말씀드렸을 어머님은 본인이 불을 지핀  같아서 말릴 수도 없다며 슬퍼하시면서도 체념하셨고친정 엄마께 진작에 말씀드렸었다무속신앙을 믿으시던 친정 엄마가 2017 연초에 신년운세 보러 가신다며  궁금한  없느냐고 물으셨다

해외 나갈 운이 있는지 물어봐 줄래나가면  사는지도?” 

그때 친정 엄마는 펄쩍 뛰었다

어머머머 해외 나갈 생각 있는 거야어디?” 

점을 보고 오신 엄마는 전화로 이렇게 전하셨다

너네 뉴질랜드 가면 행복하게   거래여기서도 행복하겠지만 거기 가면  행복하대정말  생각 있는 거야언제  건데?” 

 “나중에라고 말했지만 그로부터 1  헤어질 시간이 오고 말았다거기 가면  행복할 거라는데  붙잡는다고 말씀하시면서 엄마는 울기만 하셨다연말연시를 전에 없이 살갑게  화기애애하고 애틋하게 가족들과 함께 보내고형제자매들에게 부모님을 부탁하고 뉴질랜드행 비행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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