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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울 Mar 06. 2021

낯선거리(에필로그)

에필로그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버티지 못한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다. 나 역시 마스크를 낀 날짜가 쌓여갈수록 다리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코로나와의 전쟁이 길어질수록 공포감이 더 밀려왔다. 임진왜란 당시의 이순신 장군은 눈앞의 적들보다 더 무서웠던 것은 보이지 않는 적들이었다고 했다. 2020년 코로나와의 전쟁도 그랬다. 보이지 않고, 냄새나지 않고, 만질 수 없어서, 더 힘들었고 더 무서웠다.

  문을 닫은 가게들이 많았다. 명동이 그랬고 종각도 그랬다. 종각역 근처의 그 식당, 2대에 걸쳐 30여 년을 버텼던 그 집도 문을 닫았다. 그동안 사랑해주신 고객 여러분 감사합니다, 라고 써 붙인 폐업 안내문이 내 가슴에 오래 남았다. 분식집 30여 년의 풍경을 잘 그려서 남겨달라고 애원하는 듯했다. 내 손가락이 컴퓨터 자판 위에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뀐 풍경과 낯선 거리를 기록하면서 나는 아직 숨 쉬고 있다. 주변 사람들과의 안전거리 유지에 힘들어했던 내 글 속의 주인공도 떨치고 다시 일어서기를 바란다.

  에필로그를 쓰고 있는 2021년 3월, 어두운 터널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고, 치료제도 머지 않아 나올 모양이다. 낯설고 사늘한 거리에 다시 온기가 지펴지기를, 무성영화와 흑백텔레비전의 시대가 다시 따듯하고 소란스럽고 북적거리는 시대로, 편안한 어깨동무의 시대로 돌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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