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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에스더 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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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울 Dec 28. 2021

에필로그

<에스더>를 보내고


 <에스더>는 나의 기억 속에서 걸어 나왔지만, 성경 ‘에스더기’의 스토리도 글의 맛을 더해주었다. <에스더>를 마무리하던 날, 안개 자욱한 도로에서 빠져나온 느낌이었다. 콩나물 해장국에 고춧가루를 살짝 풀어서 들이켠 것처럼, 처음엔 속이 찌르르했지만 이내 가라앉았다.      


  섬진강 근처의 고향마을이 생각났다. 사자바우에서 시작한 시냇물은 마을을 가로질러 오수천으로 합류했고, 순창에서 섬진강으로 끼어 들어갔다. 곡성, 구례를 지나 남해로 이어졌다. 그 여린 시냇물에 종이배를 띄워 보내던 어느 날이었다. 어떤 배는 얼마 못 가 물살에 휘말려 가라앉아 버렸다. 어떤 배는 위태위태하면서도 기울어지거나 가라앉지 않고 계속 멀리 떠내려가 결국엔 눈에 보이지 않게 되었다.    

 

  에스더는 물살을 헤치고 멀리 떠내려간 종이배였다. 38년 6개월, 내 가슴 속에서 오래 키워온 파랑새였다. 탈고하던 날, 종이배를 바다 멀리 띄워 보내던 심정으로, 파랑새를 하늘 높이 날려 보내던 심정으로, 나 역시 자유로웠다. 눈처럼 새처럼 훨훨 날아서 어딘가에 내려앉겠지만…… 이젠 길 잃지 않기를, 아프지 않기를, 자유롭기를.     

  “어느 여름 길 잃은 새들이 내 창가로 날아와 노래 부르고 날아갔습니다. 그리고 가을, 노래를 잃어버린 노란 나뭇잎들은 한숨지으며 흩날리다 떨어졌습니다.”

(타고르 시집 ‘Stray Birds’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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