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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프랭크의 죽음의 수용소에서-5

끝을 알 수 없는 일시적인 삶

by 까를로스 안 Mar 2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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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소에 있었던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을 글로 쓰거나 이야기할 때, 당시 모든 것 중에서 가장 절망적이었던 것은 자기가 얼마나 오랫동안 수용소 생활을 해야 하는지를 알지 못하는 것이었다고 이구동성으로 얘기한다. 우리는 언제 석방되는지를 몰랐다. 실제로 수형 기간은 불확실했으며, 끝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저명한 심리학자는 강제수용소의 이런 삶을 ‘일시적인 삶‘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끝을 알 수 없는 일시적인 삶


시시때때로 자행되는 폭력과 배고픔이 하루를 꽉 채우고 있는 수용소에서는 하루라는 작은 단위의 시간은 영원한 거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보다 더 긴 단위의 시간, 예를 들면 일주일은 아주 빠르게 지나간다. 우리의 시간감각이 얼마나 역설적이었던가!

- 127~128쪽, 끝을 알 수 없는 일시적 삶


끝이 있는 고통은 고통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그 고통의 기간이 꽤 길 때는 끝나는 시간을 기다리는 하루하루가 괴롭다.

군생활이 그랬다. 지금은 군 복무기간이 짧아졌지만 나는 2년 반을 군대에서 보냈다. 제대날이 정말 까마득하게 느껴져서 정말 그런 날이 올까 했다.


이등별 시절, 어두운 취침등으로 바뀌면 내무반에 누울 수 있다. 이등병이 자면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침낭이라는 제한적 공간뿐이다.

내가 가진 1평도 안 되는 좁은 공간에서 눈을 꿈벅꿈벅하고 발가락을 꼼지락꼼지락 하며 달콤해했던 시간들이 기억난다.


눈을 떠서 잠이 들기까지 누군가의 통제와 감시에 있다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다. 마치 우리 안에 사자와 같이 사는 기분이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조심스럽다. 고된 훈련을 받고 죄지은 적 없지만 죄수 같은 일과를 마치고 취침을 준비한다.

어둡고 작은 조그마한 침상 위에서 휴식을 취한다. 작고 어두운 시간과 공간이지만 그 작은 자유의 달콤함을 느낀다.


이제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자유의 시공간 속에 살고 있지만, 예전의 그 작았지만 짜릿했던 달콤함을 느끼지는 못한다. 역설적이다.


하루는 길지만, 일 년은 짧다. 그런 말을 듣고, 진짜 그런 거 같다고 느낀다.

지금은(하루는) 내가 순간순간 겪어야 하는 생생한 현장이라면, 일 년은 몇 장의 사진이 빠르게 지나가는 파노라마 같다.

사람은 과거와 미래를 살 수 없고, 오직 현재만을 산다는 말과 연관이 있다. 지금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일의 무거움, 관계의 복잡성, 내 들끓는 욕망을 참고 또는 이루어가는 과정은 오직 지금 여기에만 있다. 그런 지금 여기가 모여 세월이 된다.


하루는 일 년이고, 하루는 평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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