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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vvy Jan 06. 2024

늙꼰과 젊꼰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뻔하지만 계속되는 세대 담론

1982년에 발표된 Alan Parson’s Project의 “Old and Wise”. 그 가사 중 일부이다.

And oh, when I'm old and wise

Bitter words mean little to me

Autumn winds will blow right through me

And someday in the midst of time

When they asked me if I knew you

I'd smile and say you were a friend of mine

And the sadness would be lifted from my eyes

Oh, when I'm old and wise


80년대 젊은이들은 나이가 들면 현명해질 것을 꿈꿨던 것일까? 그래서 현명해지면 뼈아픈 말들을 덤덤히 넘길 줄 알고, 슬픔도 눈가에 드리운 채 가을바람과 함께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지혜를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던 걸까.

한편으론 “어른들은 몰라요” vs “요즘 애들 버릇없어 “는 인간이 집단을 이뤄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계승되어 온 일종의 원형 같은 것 아닐까.


이제 내가 반백살을 살게 된 빼박 중년 기성세대여서인지, 요즘의 세대 간 갈등이 과연 예전의 세대 간 갈등과 유사한 정도의 수준인가 싶다. 젊은 세대는 나이 든 세대를 ‘꼰대’로 치부하며 귀를 막고, 나이 든 세대는 그런 젊은 세대를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유사 이래 가장 한심한 세대’로 단정 짓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희화화하고 비하한 지는 오래되었고.

이제는 “꼰대”의 개념을 아예 정형화해서 젊꼰, 즉 젊은 꼰대라는 레이블링으로 같은 젊은 세대 안에서도 특정 행동이나 가치관에 대해 비하를 하고 있다.


조직에서 젊은 세대가 생각하는 “늙꼰”은 대충 이런 모습인 것 같다. 40-50대. 남자는 비슷한 모양의 안경을 쓰고, 탈모가 역력한 머리를 어떻게든 숨겨보려고 한껏 띄우거나 아니면 아예 포기했거나. 캐주얼을 지향하는 요즘 조직 분위기에 맞춰 폴로 스타일 티셔츠와 색깔은 안 맞지만 링클 프리 면바지에 우레탄 굽이 푹신한, 캐주얼스럽지만 너무 운동화스럽진 않은 닥스 구두. 여자는 주로 중단발에, 금사 들어간 재킷에 정장 바지. 그리고 지갑겸용 안드로이드 핸드폰 케이스 필수.  외형도 외형이지만 젊은이들이 “늙꼰”이라고 부르는 건 이제는 너무 알려져서 식상한 “나 때는” 으로 시작하는 안물안궁 서사 시전. 안 물어봤는데 굳이 설명해 주는 과잉 친절. 나랑 얼마나 친하다고 월요일마다 물어보는 “요즘 만나는 사람 없어? “ 과도한 사생활에 대한 관심. 전~혀 보고 싶지 않은데 계속 보여주는 본인들 아들 딸 사진과 듣고 싶지 않은 자랑. 눈치 없이 꼭 젊은 사람들 같이 가는 점심에 끼려고 한다든가.


그럼 ‘젊 꼰’은 어떤 모습인가. 위의 모습, 특히 행동에서 나이만 젊은 사람들이겠지? 그런데 사실 젊꼰이 더 무섭다는 말은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더 많이 회자되고 있는 것 같다. 젊꼰의 무서운 점은, 본인의 언사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면서도 그냥 한다는 것. 종종 기사에도 나오는, 요즘 대학생들이 1년 차이에도 깍듯이 다나까 체로 선배들에게 말해야 하고 멀리서 보더라도 뛰어와서 90도로 인사해야 하는 수칙들을 만드는 그 젊은이들이 바로 젊꼰 아닐까.

사실 이건 늙꼰들이 별로 할 얘기가 없어서 젊은이들과 어떻게든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보려고 아이들 얘기를 (눈치 없이) 꺼내는 것과는 다른 양상 아닌가 싶다.


그래서 내 결론은, 늙꼰과 젊꼰이 싸우면 젊꼰의 압승으로 시시하게 끝날 것 같다는 오늘의 짧은 생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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