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투 소감
”문신한 사람“ 어떤 이미지인가? 조폭, 양아치, 관종, 일진? 연예인? 힙스터?
“문신한 여자” 어떤 이미지인가? 노는 여자? 쉬운 여자? 자기 몸을 막 다루는 여자?
“문신한 엄마” 어떤 이미지인가? 일진이었다가 신분 세탁했는데 질은 좋지 못한 아줌마?
나는 소위 말하는 “모범적인” 삶을 살아왔다. 사실 지금도 그렇다. 반백년을 사는 동안 사고 친 적 없고, 모든 시험은 낙방해 본 적이 없고, 심지어 대학교 4학년 때 일하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28년 동안 성실하게 갑근세 납부 중이다.
그런데 아이가 대학에 간 작년, 불현듯 정말 갑자기, 적어 놓았던 버킷 리스트에도 없던 “타투” 즉 “문신”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경하는 아티스트들의 팔과 몸에, 좋아하는 연예인의 발목과 손가락에 새겨진 그림, 글귀, 기호들을 보면 그것들이 그 사람들을 지켜 주는 갑옷 같아 보이기도 했고, 그들이 그들에게 늘 되뇌는 메시지 같아 보이기도 했다.
그냥 멋있다고만 생각했었는데, 테크로 인더스트리를 옮기고 나니 특히 미국 동료들에게서 타투를 한 모습을 많이 발견했다. 그들을 보면서 그냥 자연스럽게 아 이젠 나도 내가 정말 원한 것을 나에게 찾아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이 원한 내 모습, 선생님이 가르쳐 준 바른 모습, 사회와 언론과 주변 사람들이 생각하는 “세이프”한 외향이 아닌 그냥 내가 나일 수 있는 장치들을 내게 훈장처럼 만들어 주고 싶어졌다.
그래서 도안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학에 입학한 아들을 꾀어서! 우리의 별자리를 각자 팔에 새겼다. 엄마와 함께 타투를 해 준 아들이 지금 생각해도 참 고맙기도 하고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그리고 이 글에 보이는 사진은 나의 다른 쪽 팔에 있는 타투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James Rizzi의 “Love is in the air”의 일부이다. 전체 그림을 새기고 싶었지만 원작이 판화를 오려서 입체로 세운 섬세한 작품이다 보니 팔 같은 작은 부위에는 구현이 어려웠다.
이 하트 부분만 해도 빌딩의 섬세한 표정들과 색깔을 구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2주에 걸쳐 각 4시간씩 시간이 걸렸다. 이런 섬세한 타투 작업을 할 수 있는 타투이스트들은 우리 나라밖에 없다고 한다. K 타투라는 장르가 생겨서, 한국인 특유의 서정적이고 섬세한 타투만을 위해 한국에 오는 외국인들도 많다.
타투를 하고 나타나니, 주위의 반응들이 재미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들은 대부분 “미쳤냐” “중년의 위기냐” “다 늙어서 왠 주책이냐” “지우려면 돈도 시간도 많이 든다” 며 경악했고.
요즘의 나를 알고 있는 가까운 친구들은 “멋있다” “아들과 같이 하다니 대단하다” “역시 너답다” “나도 하고 싶은데 좀 겁이 난다” 며 지지해 주었고.
직장 동료들은 “요즘 얼마나 회사에서 힘들었으면 자해를 했냐”는 동료가 있는가 하면 :), 일본인 동료는 (나를 무턱대고 싫어하는 사람이다) “너는 이제 일본 온센에는 입장 불가”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레즈미 (일본 야쿠자들처럼 온몸을 덮은)가 아니면 이런 장식용? 타투는 대부분의 온센에 입장 가능하다고 한다.
한국과 일본은 유달리 타투에 대해 좋지 않은 선입견이 많은데, 타투를 한 사람들을 삐딱한 시선으로 보기 전에, 정갈한 차림을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타인과 사회에 해악을 가하는 사람들에 대한 (예를 들면 정치인들이랄까..)들을 삐딱한 시선으로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덮어 놓고 좋아하지만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