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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 출금

어머니인듯한 분을 휠체어에 앉혀 20대 후반 정도로 짐작되는 청년이 같이 들어온다.

어떤 업무를 할 것인지 여쭤보니 통장에 있는 돈을 찾겠다고 해서 입출금 창구 번호표를 뽑아 주었다.

직원들 식사교대 시간이고 바쁜 시간대라 생각보다 대기 시간이 길었다.

기다리는 중에 돈 찾을 내용을 미리 작성해(고객이 기다리는 시간에 태블릿 PC를 이용해 입금, 출금 등의 전표를 미리 작성하는 서비스) 주겠다며 찾을 금액을 여쭤보니 통장에 있는 돈을 다 찾겠다고 하신다.

십중팔구 불안한 생각이 들어 혹시 해지를 할 것인지 확인해 보니 통장을 없앤다고 한다.

예감이 맞았다.

"입출금 창구는 저처럼 계약직 직원이라 해지업무는 제한이 되어 있어 할 수가 없다"라고 설명하며 번호가 나오면 돈만 찾고 해지업무는 동일한 번호로 상담창구로 인계하여 처리해 주기로 했다.

그것을 보고 있던 엄마가 궁금해하자 아들이 친절하게도 엄마한테 설명을 해준다.

"엄마 이 번호가 나오면 우선 돈만 찾고 더 기다렸다가 다른 창구에서 통장 해지를 해야 한대요"라며 자세하게 설명을 해준다.

어린 아들이 아픈 엄마를 모시고 은행업무를 보러 오느라 힘들 텐데도 너무 차분하고 정이 가서 가슴이 뭉클해진다.

오래 기다린 끝에 통장에서 돈을 찾았는데 10만 원이 조금 넘는 돈이다.

생각해 보면 그리 큰돈(10만 원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아픈 엄마에게 들어가는 병원비에 비하면 작은 돈이라는 비교의 의미)도 아닌데 시간을 내서 아픈 엄마를 모시고 저 돈을 찾으러 와야 하는 아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적은 액수이지만 꼭 필요해서 돈을 찾기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자식의 도움으로 길을 나서야 하는 엄마의 심정은 어땠을까!

내가 이 모자지간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나가실 때 문을 열어 드리며 조심히 가시라는 말 밖에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부디 세상 사람들이 아픔과 쪼들림이 없이 살아가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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