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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포 통폐합

요즘 우리 지점에 오시는 고객들이 많아졌다.

이유인즉슨 인근에 있던 지점 하나가 조직개편으로 폐쇄되어 타 점포로 통합된 것이다.

공교롭게 폐쇄된 점포를 통합한 지점과 우리 지점이 거리상으로는 약 2킬로미터로 거의 비슷한 위치에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통합한 지점은 큰길로 가야 하고 우리 지점은 걸어 다니기 편한 작은 길이라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수록 찾아오시는 고객들이 많아지고 있다.

내점 고객이 많아지니 고객 입장에서는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어지고 직원 입장에서도 1인당 업무량이 늘어나서 지점전체적으로는 혼잡한 시간대가 더 늘어났다.

고객수가 늘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모다 더 중요한 건 새로 오시는 고객들은 기존에 거래하던 우리 지점의 고객들과는 결이 다른다는 것이다.

물론 그들의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가까운 곳에 지점이 그냥 있었으면 좋았을 걸, 지점이 없어져서 힘들게 2킬로미터가 조금 넘는 거리까지 와서 업무를 봐야 하니 시간도 더 허비해야 하고 날이 더워지면 얼마나 힘들고 귀찮을까!

그렇지만 은행도 수익을 목표로 하는 주식회사이기 때문에 고객들의 편의만을 위해서 존재할 수는 없는 것이다.

수익이 나지 않는 점포들은 과감하게 정리해서 조직을 개편해야 하는 것이다.

혹자는 고객이 많아지면 수익이 더 나지 않느냐고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고객의 숫자가 많아진다고 해서 반드시 수익성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우리 지점의 고객들과 직원들 입장에서는 폐점한 지점에서 건너오는 당신들 때문에 그 혼잡과 길어진 대기시간, 업무량 증가 등을 수용해야 해서 짜증이 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 지점 고객들은 당신들처럼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당신들보다 더 이런 바뀐 상황을 수용하고 이해한다.

그렇지만 당신들의 밑바탕에는 피해의식이 깔려 있기 때문에 화를 내고 심지어 욕을 하고 과격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지점 고객들과 1년 동안 호흡을 하며 결을 맞추었는데 당신들과 결을 맞출 생각을 하니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는다.

어떻게 당신들의 마음을 열어 우리 서로가 결을 맞출 수 있을까?

정답은 당신들도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마음의 응어리진 피해의식과 불만들을 잠재우고 당신이 다른 은행으로 떠나지 않고 이곳으로 오기로 마음을 먹고 걸음을 시도했다면 기다림, 힘듦 등의 수고스러움을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를 포함한 우리 지점과 직원들 모두도 당신을 도와주고 당신들과 결을 맞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우리 서로 함께 잘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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