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가 돼서 점심을 먹으러 가려는데 직원이 "부장님 식사 조금 있다 가시면 안 돼요" 하면서 부른다.
그 누구도 내가 점심 먹으러 갈 시간(12시)이 되면 관여를 하지 않았는데 뭔가 이상하다는 낌새가 보여 자리에 가서 보니 고객이 눈치채지 못하게 손가락으로 화면을 가리킨다.
모니터 화면에 "보이스피싱 의심이 있어 붙잡아두고 있어요"라는 글자가 보이는 것이다.
나는 재빨리 눈치를 채고 우리 지역을 관할하는 파출소에 전화를 했다.
"보이스피싱 책을 붙잡아두고 있으니 빨리 좀 와 주세요"라고,
잠시 후 경찰 대여섯 명이 당도하자 그 고객은 약간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더니 태연한 척 당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 고객은 거액수표를 일천만 원짜리 수표로 쪼개서 현금화하려는 의도로 은행을 방문한 것이었다.
과거에 거래도 많지 않던 고객이 갑자기 거액의 수표를 제시하길래 직원이 수상히 여겨 수표가 지급정지 되어 있는 것 같아 본점에 확인해 본다며 시간을 끈 것이다.
그 고객은 보이스피싱을 당한 사람이 송금해 준 돈을 현금으로 인출하려다가 거액이라 현금 인출이 거절되니 수표 한 장으로 발행해서 가지고 있다가 그 거액 수표를 다시 소액(일천만 원짜리) 수표로 나누어 여러 사람을 통해 현금화하려던 계획이었다.
그 고객은 계속해서 혐의를 부인하였으나 결정적으로 아내랑 나눈 문자메시지가 덜미가 되어 범행을 자백했다.
"위험한데 그거 해도 괜찮겠어"
애초부터 보이스피싱인 줄 알면서도 그 일을 하려고 가담했던 것이다.
경찰한테 들은 얘기인데 1건 성공하면 7만 원 정도 받는다던데,
결국은 수갑이 채워진 손을 손수건으로 가리고 데려가는데 한편으로는 측은해 보이기도 했다.
그 고객 또한 사안에 따라서 징역 또는 벌금도 내야 할 텐데, 없는 살림에 돈이 궁해서 보이스피싱에 가담을 한 그 고객의 가정도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생각(징역을 살면 근로 활동을 할 수 없고 벌금을 낸다면 가계에 부담)에 마음이 착잡해졌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의 가슴에 지울 수 없는 허탈과 금전적 손해를 주게 되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을 하는 행위는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