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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서울의 변두리에 사는 중장년입니다


조금만 버스를 타고 나가면

번듯한 중심가인데

아직 이곳은 세련미가 넘어오지 않은 듯 소박합니다


제가 사는 이곳은 서울의 변두리입니다

문명이 도달하지 않은 듯 조용합니다


변두리는 중심에서 비껴간 듯이

몸과 마음이 먼저 느끼나 봅니다


변방과 변방을 오가는 지하철을 타고

중심가를 나갔다 돌아오면

이내 알 수 없는 병이 도집니다


소외


허전함


비교


허탈


희망의 끈을 간신히 잡았는데

놓쳐 버린 심정이랄까


다시는 도심에 나가지 말자 다짐하며

변두리에 정 붙이려고 발목을 붙잡아 놓고 라디오를 듣습니다


BTS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트로트를 좋아하지도 않지만

향수를 느끼며 발라드에 취하는 나이입니다


힘이 넘치는 젊은이도 아니고

기운이 달리는 노인도 아니지만

아직은 좋아하는 것을 시도해 볼 수 있는 나이입니다


세상의 중심이 아닌 변두리에 살고 있어

한 발짝 물러나서

세상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눈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세상이라는 경연장에서 주연이나 퇴역이 아닌 중장년으로

한 템포 쉬면서 삶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얻게 되었습니다


저는 서울의 변두리에 사는 중장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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