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집 맞은편 옥상에 사는 중국인 아저씨의

부인과 아들인 듯한 아이가

여행 가방을 들고 옥상으로 올라갑니다

부르는 이름은 잘 알아듣지 못했지만

"이렇게나 많이 컸네"라는 소리로 봐서는 서로 오랫동안 보지 못했나 봅니다

고향에서 타지에서 얼마나 보고 싶었을까요

처음 만났을 때처럼 가슴이 뭉클했을 거예요

오늘이 금요일인데도 아저씨가 일 안 나가는 걸 보니 휴가를 냈나 봅니다

빨랫줄에 널어놓은 아이 티셔츠를 아버지가 가지고 들어갑니다

여름이라 땀 냄새나는 옷을 빨아 입히려고

지난밤 애틋한 마음으로 빨아 너는 것을 제가 보았답니다

아이는 "한국 갔다 온다"라며 친구들한테 얼마나 자랑하고 왔을까요

롯데월드라도 가서 인증사진도 찍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와야 하는데,

도무지 궁금해서 들어오기만 기다리고 있는데

저녁때가 되어서도 가족들이 보이질 않습니다

언제쯤 오려나요

여기저기 구경하고 다니느라 힘들겠지만

가족들 모두 환한 미소로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