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세탁기 돌리고 나면 바로바로 망을 닦아 놓으라 하더니
밥그릇 마르면 딱기 힘들다며 꼭 물에 담가 놓으라 하더니
밥 먹고 나면 설거지 미루지 말고 바로바로 하라고 하더니
집안에 걸레 널어 두면 냄새난다고 옥상에 널라고 하더니
방에 각질 떨어지다고 발바닥 비비지 말라고 하더니
이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포기한 걸까
체념한 걸까
나도 그랬었다,
치약 아무 데나 짜서 쓰지 말고 밑에서부터 짜서 쓰라고 했었다
물건 쓰고 나면 꼭 제자리에 가져다 놓으라고 했었다
머리 감으면 제발 머리카락 좀 버려달라고 했었다
언제부터인가 그냥 내가 한다
서로 맞춰가며 살아가나 보다
싸우지 않으려고 어떻게든 맞춰주나 보다
이렇게든 저렇게든 맞춰주다 보니 싸우지도 않게 되고 싸우지 않다 보니 점점 더 멀어진다
부부란 모름지기 싸워야 미운 정도 붙는 건데
이제는 남이라 생각하고 헤어질 결심을 해버린 걸까
헤어지지 않으려면 가끔은 싸울 구실을 만들어 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