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검사 Dec 20. 2020

쥐가 싫은지 박쥐가 싫은지 묻는다면

둘 다 정말 싫다고 말하겠어요

캐나다에 살면서 익숙해져야 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야생동물이다. 본인이 살고 있는 지역에 따라 볼 수 있는 동물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어쨌든 캐나다 어디에 살든 참 많은 야생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 캐나다 전역에 걸쳐 흔하게 보이는 다람쥐(Squirrel, Chipmunk), 토끼, 캐나다 구스는 너무 많아서 야생동물 같지도 않다. 그것들 말고도 가끔씩 너구리(특히 도로변에 많이 죽어있다), 스컹크, 야생 칠면조, 여우, 사슴, 족제비 그리고 이름 모를 수많은 새 등등을 볼 수 있다. 한국의 도시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이러한 야생동물들을 보고 있으면 신기하기도 하고 때로는 재미있기도 하다. 


물론 그것들이 마당의 식물들을 뜯어먹거나 집으로 들어오기 전까지는.



사스카추완에서 많이 보았지만 이제는 볼 수 없어 그리운 고퍼(Gopher). 다람쥐와 비슷한 녀석으로 사진에 보이는 굴을 파서 그 속에서 산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는 토끼가 성가시고 귀찮은 녀석들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힘없고 약한 녀석들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올봄, 팬데믹으로 인하여 주로 집 안에만 있어야 하니 심심해서 뒷마당에 양배추랑 케일을 심었는데 이 놈의 토끼들이 시도 때도 없이 달려들어 다 먹어치우는 것이었다. 예전에 토마토나 호박 같은 것들을 키웠을 때는 잘 거들 떠 보지도 않던 녀석들이 양배추와 케일은 먹을만했는지 정말 잘도 먹어 치웠다. 그리고 그 옆에 심은 감자는 다람쥐 녀석들이 먹지도 않을 거면서 파낸 후 한 두 번 씹고 버리기 일쑤였다. 뭐 이런 것들은 그 녀석들을 미워하기보다 울타리를 설치하지 않은 나 자신을 탓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쥐는 상황이 또 다르다.


토끼들이 먹어치운 나의 양배추와 케일들. 원래는 주변의 잡초도 다 뽑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냥 다 때려치우고 말았다.






4년 전 온타리오의 킹스턴으로 이사 오기 전까지 알버타와 사스카추완에서 2년 정도를 살았지만 단 한 번도 집에 쥐가 들어온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때까지는 집에 쥐가 들어올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지금 생각해 보면 그냥 운이 좋았을 것이다. 거기라고 쥐가 없을 리가 없다!). 하지만 4년 전 어느 날 날씨가 선선해질 무렵 와이프가 나에게 새벽에 있었던 일을 말해 주었다. 차고에 재활용을 하러 나갔는데 갑자기 '쥐 같은' 것이 파다다닥 하고 도망갔다는 것이다. 그런데 차고가 어둡고 녀석이 너무 빨라서 정확히 보지는 못했다고 했다. 


내가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그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앞서 말했듯 그때까지는 쥐를 별로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것들이 집에 들어 오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며칠 후 내가 재활용을 하러 차고에 갔을 때의 일이다. 와이프가 말했던 상황과 비슷하게 뭔가 작고 빠른 것이 후다다닥 하고 도망가는 것이었다. 


아! 정말 우리 집에 무엇인가가 있구나!!


바로 인터넷에서 쥐에 대해서 찾아보았다. 인터넷에 따르면 만약 집에 쥐가 나타났다면 반드시 똥이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집 안 여기저기를 살펴서 똥을 치우고 똥이 발견된 곳에 쥐덫을 설치해 놓으라고 쓰여있었다. 그래서 나도 차고 구석구석을 살펴보았다. 그랬더니 뭔가 까맣고 조그마한, 그렇지만 길쭉한 무엇인가가 선반 속에 많이 떨어져 있는 것이었다. 그때까지도 현실을 직시하지 못했던 나는 '설마 이것이 쥐똥일까' 생각하면서 우선 그 검은 물체들을 치우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하였다. 하지만 녀석들은 나에게 현실을 직시하라고 말하고 싶었는지 놀랍게도 이 날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쥐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락다운 당시 집에서 아이들과 그렸던 쥐 그림에 진짜 똥 그림을 합성해 보았다. 쥐들은 방광이 뭐시기 해서 계속 오줌을 싼다고 보면 된다고 한다. 정말 더럽기 짝이 없다.



그러한 점에서 내가 당시에 살았던 집은 정말 정말 대단했다. 차고에서 똥 같은 것을 발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밤에 거실에 있었는데 갑자기 벽(드라이월) 뒤에서 타닥타닥하는 소리가 났다. 처음에는 도대체 이것이 뭔가 싶었다. 내가 잘못 들었나 생각을 했지만 곧 타닥타닥타닥타닥하는 소리가 다시 들리는 것이었다. 그 다움부터는 장난이 아니었다.


타타타타타탁

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탁

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탁


그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미칠 것 같은데 곧이어 벽 뒤에서 말 그대로 '찌직 찌직'하는 소리가 나는 것이었다. 정말 제정신으로는 듣고 있을 수 없었다. 그런데 참 알 수 없는 것이 밖에서 만나면 잘도 도망가는 것들이 벽 뒤에 숨어 있을 때는 잘 도망가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벽을 아무리 두드리고 유튜브에서 고양이 소리만 나오는 동영상을 크게 켜놓아도(참고로 아무리 유뷰브에서 고양이 소리 동영상을 틀어줘도 녀석들은 단 한 번도 도망가지 않았다) 절대 도망가지 않았다. 도망가지 않고 그곳에서 적어도 20~30분은 '타타타탁', '찌지지찍'하는 소리를 냈다. 아무튼 이때부터 나는 나의 현실을 깨닫고는 거의 1년 6개월 동안 이어질 쥐와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좋은 쥐덫을 고르는 기준. 거지 같은 쥐덫만 고르지 않으면 된다. 참고로 접착제가 발라져 있는 '찍찍이'는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니 추천하지 않는다.


사실 처음에는 이런저런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처음에는 비싼 쥐덫이 좋을 것 같아서 덫 안으로 들어가면 감전을 시켜서 죽이는 것으로, 제품 설명에 의하면 백 마리 이상도 잡을 수 있다는 쥐덫을 무려 20불이 넘는 돈을 주고 샀다. 그리고 초음파로 쥐들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다는 것들도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사서 설치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결국 쥐덫은 쥐가 먹이를 먹으려고 입을 가져다 대면 머리를 쳐서 죽이는 기본적인 타입의 쥐덫이 싸고 가장 효과적인 것 같지만 그때는 그러한 사실을 잘 몰랐다. 


결국 초음파로 쥐를 쫓아준다는 것은 왜 이런 것을 팔고 있는지조차 모르겠고, 이 정도면 사기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백 마리 이상을 잡을 잡는다는 전기 타입의 쥐덫은 결국 단 한 마리를 잡는데 그쳤다. 게다가 설명서에 따르면 쥐가 잡히면 불이 반짝거려서 쥐가 잡혔는지 알 수 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그러지 않아서 나중에 열어보니 완전히 말라비틀어져 버린 쥐가 바닥에 붙어있는 것이었다. 백 마리 이상을 잡기 위해 다시 사용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말라비틀어진 쥐가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덫 자체를 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에 반해 기본에 충실한 쥐덫들은 쥐들을 참 많이도 잡았다. 1년 6개월 동안 열 마리도 넘게 잡았는데 (물론 여러 군데에 덫을 놓았다), 처음에는 죽은 쥐가 징그러웠지만 나중에는 머리가 납작하게 눌려있는 녀석들을 보면서 은근한 즐거움을 느낄 정도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 쥐덫은 너무 기본에 충실한 나머지 기본을 뛰어넘는 성능을 보이기도 하였다.


아니 네가 거기에 왜? 너도 쥐라면 쥐라고 하겠지만....



하루는 차고에 나가 보니 쥐덫이 내려가 있었다. 당시에는 너무 쥐가 자주 잡혀서 쥐덫이 내려가 있는 것을 보면 내 가슴도 쿵하고 내려갔다. 그런데 멀리서 보니 평소와는 달리 매우 크고 검은 놈이 잡힌 것이었다. 지금까지는 생쥐(Mouse)만 잡혔지만 이것이 말로만 듣던 그 악독한 쥐(Rat)가 아닐까 싶어서 매우 긴장이 되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가까이 다가가 보니 이것은 생쥐도 쥐도 아닌 박쥐였다. 게다가 이 녀석은 살아있었다!! 


이럴 수가!

쥐덫에 박쥐가 잡혀있다니! 


녀석은 쥐덫에 잡히기에는 크기가 너무 컸는지 날개 한쪽이 덫에 걸려있을 뿐이었다. 도망치려고 꽤나 난리를 부렸는지 쥐덫 한쪽이 꽤나 닳아있었다. 힘도 거의 빠졌는지 잘 움직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나를 보고 입을 벌려 '캬~'하는 초음파 소리를 내었다(위 사진 참조). 죽은 쥐는 보통 쓰레기통에 그냥 버리지만 이 녀석은 살아있었기 때문에 그냥 쓰레기통에 버리기도 그랬다. 그렇다고 내 손으로 직접 죽이기도 그래서 (사실 어떻게 죽여야 할지도 난감하였다) 집 옆에 놓아주었다. 그 이후로 2~3일 정도 나무에 붙어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보이지 않았다. 약육강식의 법칙에 따라 누군가의 뱃속으로 들어가지 않았을까 생각만 할 뿐이다.






악몽과도 같았던 옛집을 떠나 지금 살고 있는 곳으로 이사를 오니 더 이상 쥐들이 집안으로 들어오지 않아서 정말 천국 같았다. 그래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사 후 차고를 정리하는데 구석에서 죽어있는 쥐의 사체를 발견했었기 때문이다. 집안 곳곳에 쥐덫도 설치해 놓고 집 밖으로는 쥐약도 설치해서 옛날 집과 같은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어쨌든 한동안 쥐 걱정 없이 잘 살았는데 일 년 정도 지난 어느 날 지하실 카펫에 무엇인가 검은 물체가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설마 했지만, 아니 믿고 싶지 않았지만 이것은 누가 보아도 쥐똥이었다. 그래서 바닥을 샅샅이 뒤져 4~5개의 똥을 더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정말 특이한 것은 땅바닥이 아닌 문에도 똥 같은 것이 붙어있었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도대체 이유를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그냥 이 놈의 쥐는 어떻게 똥을 쌌길래 똥이 문에 붙었을까 생각을 했을 뿐이다.


결국 지하실 바닥과 천장을 다 뒤져보았지만 바닥에 몇 개 떨어져 있는 똥 말고는 더 이상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도대체 어디에서 들어왔는지 알아야 막을 수 있을 텐데! 그저 깨끗이 청소를 하고 다시는 나타나지 않기를 기도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나의 바람과는 달리 며칠 후 지하에 내려가 보니 비슷한 위치에 다시 똥들이 떨어져 있는 것이었다! 이것은 분명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생각되어 좀 더 상세하게 탐색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예전에 찾아본 바로는 쥐들은 일직선으로 뛰어가기 때문에 그 흔적들을 따라가면 대충 어디로 지나가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흔적을 따라가다 보니 평소에는 열어 볼 일이 없는 계단 밑의 공간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똥이 이곳에도 떨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쥐가 여기 어딘가를 통해서 집으로 들어온 것이 아닌가 싶었다.


어쨌든 지하에서 신나게 쥐들이 달려갔다고 생각하니 카페트 청소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쥐들은 끊임없이 똥과 쉬를 싸기 때문에 카페트 청소기를 꺼내서 본격적으로 청소를 하였다(예전에 찾아본 곳에서는 쥐가 'Continuously (지속적으로)' 쉬를 싼다고 표현하였다). 청소기를 가지고 구석구석을 청소하다 계단 밑의 공간까지 도달을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지금까지는 한 번도 열어 본 적이 없는, 아니 있는지조차 몰랐던 나무판(송풍구를 가르기 위해서 미용상 설치)이 눈에 들어왔다. 그 뒤에도 똥이나 쥐의 흔적이 있지 않을까 싶어 나무판을 들쳐보니 뭔가 나뭇잎 같은 것이 보이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도대체 어떻게 지하까지 메이플 잎이 들어왔을까라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것을 치우기 위해 나무판을 완전히 열고 가까이서 보니, 이게 웬걸!!!


이것은 나뭇잎이 아니라 박쥐였다!!!!


멀리서 보고 정말 나뭇잎이 붙어있는지 알았다. 그나저나 박쥐들은 실제로 거꾸로 매달려 있다!



이 모든 상황을 믿을 수 없던 나는 일단은 다시 나무판을 닫았다(무서워서). 그리고 완전 패닉 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이것을 어떻게 해야 된다는 말인가!!! 일단 박쥐를 계속 저기에 두면 안 될 것 같아서 유튜브에서 박쥐를 제거하는 방법을 검색해보았다. 마침 미국의 한 기관에서 만든 영상이 있었는데 아주 좋은 내용이었다. 다만 문제는 집에서 박쥐를 발견했을 경우 우선 문을 열어서 밖으로 나갈 때까지 기다리고 그래도 안 나간 다면 조그마한 박스로 이 놈을 잡은 후 밖에서 풀어주라는 것이었다.


브런치는 아쉽게도 유튜브 동영상을 삽입할 수 없나 보다. 집에 박쥐가 들어왔다면 이 동영상을 한 번 참고해 보시기를 권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JGzl6ukkrZc


우리 집에서 발견된 녀석의 경우 녀석이 숨어있는 위치상 문을 열어 놓는다고 알아서 나갈 것 같지 않았다(그 사이 온갖 벌레와 동물들이 안 들어오면 다행이다). 그래서 어쨌든 잡아서 풀어주어야 할 것 같았다. 동영상에 따르면 밤에 잡아서 풀어주는 것이 (박쥐에게) 좋다고 하지만 그 녀석의 편의를 봐줄 만큼 여유가 있지 않았던 나는 곧바로 포획작전에 돌입했다.


두꺼운 장갑을 낀 후 집에 있던 신발 박스를 이용해서 이 녀석을 잡으러 갔다. 그런데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녀석이 매달려 있는 위치가 참 애매하여 신발 박스로 잡기가 어려웠다(사실 위치가 안 애매했어도 어려웠을 것이다). 녀석을 몇 번 상자 안으로 넣으려다 실패하자 이 녀석은 위험을 느꼈는지 입을 벌려 '캬~~~'하는 고주파 소리를 계속 발사했다. 나 또한 그럴수록 긴장이 되어 땀이 뻘뻘 나기 시작했다. 결국 몇 번의 시도 끝에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서 조금 더 공격적으로 박스를 움직여 겨우 잡을 수 있었다. 


당시에는 잘 알지 몰랐던 사실인데 나중에 정말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흔히 광견병이라고 불리는 Rabies('래비즈'라고 발음, 정식 한국 명칭은 '공수병')가 박쥐를 통해서도 전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지난 2019년 7월 캐나다 BC주에서 21살의 청년이 박쥐와 접촉을 한 뒤, 두 달 후 갑자기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여 뉴스에 크게 보도되었다. 이 청년의 경우 박쥐를 잡은 것도 아니고 그저 낮에 길을 가다가 어쩌다 박쥐가 손에 부딪혔는데 (당연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가 나중에 병이 커졌다고 한다 (참고: CBC 뉴스). 이처럼 박쥐는 이빨이 너무 작아서 본인이 물린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따라서 한국에서도 집에 박쥐가 들어온다면 절대 맨손으로 잡으면 안 되고 알아서 나가기를 기다리거나 장갑과 긴팔 옷을 입은 후 잡아야 한다.




이제는 우리 집에 오지 말고 좋은 곳을 찾아 떠나라고 뒷마당 끝에서 상자를 열어두었다(사실 이것도 집 가까이가 아닌 멀리 가서 풀어주었어야 했다). 비록 대낮이었지만 알아서 살 길을 찾지 않을까 싶었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라고 자리를 떠난 후 한 십 분 정도 후에 떠났나 살펴보러 갔다. 그런데 하필이면 딱 이때 녀석이 하늘로 날아가는 것이었다. 이번에도 엄청 놀라서 도망을 갔지만 그래도 잘 떠났구나 싶어서 다시는 우리 집에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조금 시간이 지나고 갑자기 생각해 보니 카페트 위에 떨어져 있던 것이 쥐똥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 말했든 문에 붙어있던 똥의 위치가 아무래도 이상했기 때문이다. 또다시 유튜브에서 Mouse poop vs Bat poop으로 검색을 해보았다. 결론적으로 박쥐 똥과 쥐똥은 매우 비슷하게 생겼으나 박쥐 똥은 부서지고 쥐똥은 잘 안 부서진다고 한다. 좋은 사실을 또 하나 알게 되었다.


박쥐 똥은 겉모습만 봐서는 쥐똥과 구별이 안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이렇게 힘을 줘서 부셔보자. 가루가 된다면 박쥐 똥이다.


그나마 집에 들어온 것이 쥐가 아니었고, 똥을 싼 녀석을 찾아서 밖으로 내보냈다는 사실에 조금 안도가 되었다.






이 일이 발생했던 것이 2019년 여름의 일이다. 그 이후 일 년 동안 쥐도 박쥐도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행복한 나날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너무 마음을 놓았던 것일까? 녀석들은 우리를 가만히 둘 생각이 없었다.



우리 와이프는 매우 부지런하기 때문에 새벽 3~4시면 일어나서 한 시간 정도 지하에 있는 트레드밀에서 운동을 한 후 아침 준비를 한다. 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새벽에 일어나 막내를 배에 달고 트레드밀에서 걷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기분이 이상해서 뒤를 돌아보니 느닷없이 박쥐가 문을 통해서 날아 들어왔다고 한다. 이번에도 녀석은 와이프를 향해 입을 벌려 '캬~~~'하는 고주파 발사를 잊지 않았다고 한다. 와이프는 너무 놀라 소리를 질렀고 혹시라도 부딪힐까 봐 몸을 숙여서 방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불도 못 끄고 문을 닫고 도망쳤다고 한다. 


이것이 그날 아침 내가 눈을 뜨자마자 듣게 된 소식이었다. 졸지에 나에게는 방문을 열고 들어가 어딘가 숨어있을 박쥐를 찾아내 그놈을 잡은 후 밖에 풀어주는 과제가 생긴 것이다. 이번에는 작년 일을 교훈 삼아 온몸을 가릴 수 있도록 일할 때 입는 커버올(Coverall)을 입고 장갑을 낀 후 지하로 내려갔다. 이곳저곳을 살폈는데 놀랍게도 박쥐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특별한 흔적도 찾을 수 없어서 나는 위로 올라가 와이프에게 정말 박쥐를 본 것이 맞느냐고 물었다.


기가 찬 와이프는 다시 지하로 내려가 무수히 많은 박쥐 똥 무더기를 나에게 보여주었고 나는 이곳에서 밤 사이 정말 놀라운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믿지 않을 수 없었다.


창문에 무수히 많이 떨어져 있는 박쥐 똥(왼쪽). 아마 창문으로도 나가려고 했나 보다. 한편 박쥐는 나프탈렌을 싫어한다고 한다(중간/오른쪽)


지하실의 천장은 Drop Ceiling으로 조금만 힘을 주면 쉽게 들리기 때문에 아무래도 녀석이 방안을 돌아다니다가 천장을 통해서 방을 빠져나간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혹시나 집안 어디인가 숨어있지 않을까 싶어서 정말 지하부터 지붕 밑까지 다 찾아보았지만 녀석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다행히 그냥 나갔다 보다 싶었지만 얼마 후 지하에 또다시 몇 개의 박쥐 똥이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박쥐가 들어올 만한 길목 곳곳에 나프탈렌을 놓아두고 해충과 동물을 잡아주는 업체(Pest Control)도 불렀다.


놀랍게도 Pest Control 사람은 집 밖만 조금 살피더니 대부분 괜찮다며 여기저기를 조금 보강하면 되겠다고 견적을 주고는 손을 봐주기로 한 날 두 번이나 나타나지 않았다. 사실 나는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첫 번째 출장비로 200불을 받았고 추가로 300불을 내야 했는데 아저씨 이야기를 들어보면 결국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매년 여름 박쥐들이 집에 들어오고 있으니 내년 봄에는 지붕에 올라가서(박쥐는 대부분 지붕을 통해서 집으로 들어온다고 한다) 대량의 나프탈렌을 살포해야겠다.



다친 흔적도 없이 죽은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쥐약 같은 것을 먹고 죽지 않았을까 혼자 생각해 본다. 포유류라서 그런지 다섯 개의 발가락이 선명하다(오른쪽)


그런데 몇 달 후 날씨가 추워져서 윈터타이어로 바꿔주기 위해서 차고에 보관하고 있던 타이어들을 꺼내다가 또다시 박쥐를 발견했다. 이번에도 너무 놀랐지만 자세히 보니 죽은 박쥐였다. 도대체 왜 거기서 죽었을까? 혹시 이 녀석이 우리 집에 들어왔던 녀석일까? 답을 알 수 없는 질문들만 머릿속에 가득했다.


한편 박쥐는 보기보다 쓸모가 많은 녀석들인가 보다. 모기와 같은 해충을 매우 많이 잡아먹기 때문에 일부러 집 주변에 박쥐 집을 설치해 놓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이다. 그리고 박쥐는 개체수 감소로 인해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에 캐나다와 미국의 많은 지역에서 죽이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박쥐의 종류나 주에 따라서 다르기는 함). 내가 살고 있는 온타리오에서는 죽이는 것은 물론 새끼를 낳는 기간에는 잡아서 쫓아내는 것도 금지라고 한다. 






끝으로 그동안의 쥐들과의 대결 끝에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면 바로 방어가 최선의 공격이다라는 것이다. 집안에 쥐가 출몰하기 전부터 적극적으로 집 밖에 쥐약을 설치해 놓아야 녀석들이 집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최대한 막을 수 있다. 그래서 나도 아래와 같은 쥐약(Bait Station)을 집 밖 곳곳에 설치해 놓았다. 여름이면 쥐약이 줄어드는 속도가 느리지만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면 쥐들이 이것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한 달도 채 되기 전에 쥐약을 채워주어야 한다. 


쥐약은 얼마든지 넣어 줄 테니 자식들이 많이 먹고 튼튼해졌으면 좋겠다!


두 종류의 Bait Station. 아무래도 투명한 것이 쥐약이 얼마 남아있는지 확인할 수 있어서 좋다(왼쪽) / 쥐약 상자가 아늑한지 무수히 많은 똥을 싸놓았다(오른쪽)




이전 08화 왜 있는지 모르겠는 캐나다의 총독과 상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