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쉬어가는 코너
우리 유도부 도장이 있던 체생관(체육생활관)에는 유도부 말고도 다른 운동부들이 많이 있었다. 검도부, 역도부, 펜싱부, 미식축구부, 럭비부 등이 있었고 때때로 2층 체육관에서 농구 경기도 했으니 농구부도 있었나 보다. 그런데 입학부터 졸업할 때까지 약 7년의 시간 동안 유도부에 몸을 담다 보니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가 몇 가지 생기고 말았다.
첫째는 그 오랜 기간 동안 운동을 하는 것은커녕 안에 사람이 있는 것도 별로 본 적이 없는 펜싱부는 어떻게 문을 닫지 않고 있냐는 것이었다. 나만 못 본 것인지 아니면 우리 몰래 운동을 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유도부 바로 옆에 붙어있는 펜싱부 앞을 무수히 많이 지나면서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어서 항상 궁금했다.
둘째는 검도부에는 왜 그렇게 많은 부원들이 있냐는 것이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여자 부원들의 비중도 상당했다는 사실이다.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면 호구에서 풍겨오는 냄새가 복도를 너머 우리 도장까지 전해질 정도였지만 냄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많은 (여자) 부원들이 있었다. 심지어 그 많은 부원들로 인해 도장이 비좁아 건물 밖에서 칼을 휘두르는 부원들도 자주 보였다. 여름이라 밖에는 벌레도 많을 테니 우리 도장 안으로 안내하고 싶었지만 상도의 때문에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 미스터리는 바로 왜 우리 유도부에는 여자 부원이 단 한 명도 없냐는 것이었다. 앞서 말한 검도부는 말할 것도 없고 그 이외의 운동부에도 운동을 하지 않더라도 매니저 역할을 하는 여자 부원들이 있는 듯했다. 하지만 체생관에서 유독 유도부만은 금녀의 영역이었다. 그렇다고 우리가 여성 부원을 원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고(사실 심하게 원했다), 규율이 엄격하다거나 분위기가 험악한 것도 아니었다.
들리는 말로는 어떤 운동부는 들어오는 것은 자기 마음이지만 나가는 것은 선배 마음이라는 곳도 있었고, 선후배 관계가 군대처럼 엄격한 곳도 있었다. 반면 우리는 오는 사람도 막지 않았고 가는 사람도 잡지 않았으며 특별히 군대 같은 분위기도 아니었다. 하지만 모든 부원의 한결같은 염원에도 유도부에는 한결같이 여자 부원이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졸업을 하고 한참 지나 다시 유도부를 찾아가 보니 알 수 없는 미스터리가 하나 더 생기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어느 순간부터 유도부에도 여자 부원들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정말 궁금했다.
왜 그때는 없었고 지금은 있는 것일까?
요즘 여대생들이 유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일까? 설마?
아니면 단순히 우리가 그렇게 못났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