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1시
그대는 뜻밖의 자연
프라이팬의 열기를 걸어간 끝에
이윽고 마주친 고요한 죽음
그것은 고의가 아니었고
내가 지나야 할 횡단보도들
그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혓바닥은 영원처럼 전율했다
텅 비어있는 것들을 위해
축축한 입맞춤을 하며
불신은 티없이 투명해지고
우리는 감당할 만큼의
슬픔을 쪼개 먹었다
그리고 나서 어느 때인가
텅 빈 모래언덕 위로
별이 신호등처럼 깜빡거리면
깨끗한 욕설로 인사를 대신하자고
수통을 고였던 눈물로 채우고
최후의 신기루로 가자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