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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율 Dec 07. 2023

국자를 빼고 온 첫 캠핑

필요와 불필요를 구분 못하는 초보캠퍼


 


 캠핑을 다니는 지인들이 제법 있다. 코로나 시기에 겹쳐 산과 바다로 캠핑을 시작하기도 하고, 이미 몇 년 전부터  다니던 제법 능숙해진 선배 캠퍼들도 있다.

말만 들었지. 막상 우리가 시작한다면 어떨까?

잠자리는 말할 것도 없이 불편할 테고, 벌레는 덤이요. 왠지 겨울이 아니래도 추울 것만 같다. 그중에서 제일 걱정되는 건 아무런 보호막 없이 얇은 텐트 한 겹을 두고 실내와 실외가 구분된다는 사실이었다. 덩그러니 놓여있는 우리를 보호해 줄 것이 없다고 느껴져서인지 선뜻 캠핑의 즐거움 상상되지 않는다. 그런데 왜들 이렇게 다니는 건지 궁금하긴 하다.

남편 회사 지인들이 오래된 캠퍼다 보니 남편도 반나절정도 눈요기하고 온 적이 있다. 그러더니 한번 시도해 봄직했는지 장비를 주문하기 시작했다.


 캠핑의 첫 번째 난관은 텐트 치는 간편함이 좌우한다.

처음으로 중고사이트에서 원터치 텐트를 샀다. 원터치라니 우리는 이름에서부터 간편함을 가늠케 한다. 어느 정도를 기대했던 걸까? 생각과는 달리 '이거 접는 게 은근히 힘들다' 동그란 주머니에 맞게 접혀야 하는데 몇 번을 해도 접혀야 할 텐트는 안 접히고 남편의 인상만 접히는 원치 않은 상황만 마주했다. 결국 캠핑도 가기 전에 텐트 한쪽이 불안정해 보이더니 한쪽 대가 부러졌다.

두 번째 텐트는 전실이 없는 면텐트다. 가성비를 최우선으로 하는 남편이 고른 텐트. 동영상으로 텐트 설치법을 숙지하고 드디어 출발했다.


[제천 월악산 국립공원 닷돈재 야영장]


우리의 첫 캠핑. 국립공원공단을 밤낮없이 드나들던 남편이 드디어 한자리 예약했다. 우리에게 어떤 일이 펼쳐질지는 모르지만 일단 가보자. 위치도 검색해 보고 필요하다는 짐을 바리바리 챙겼다. 무엇보다 잘 때 추우면 안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기상청의 온도만 보고는 도무지 4월의 밤이 예측되지 않으니 털플리스에 경량패딩까지 보온이 될 만한 것들을 최대한 욱여넣었다.

참고로 우리 차는 세단이라서 짐을 최대한 소형화하는 게 목표이기도 하다. 의자도 작게 접히는 종류로 구매를 하고, 테이블은 있으니 이번엔 패스다.



우리의 첫 캠핑 제천 월악산 국립공원 닷돈재 야영장


 오토캠핑장이 아닌 관계로 수레에 짐을 싣고 모든 짐을 옮겼다. 아이들은 둘이 잘 노는 게 도와주는 것. 사내 둘은 모래, 돌멩이와 나뭇가지가 있는 곳이면 알아서들 잘 논다.

대신 잘 놀지 못하는 성인 둘. 4인 가족의 잠자리와 식사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어깨가 무거운 남편은 몹시 긴장한 것 같다.


'우리 다 처음이잖아. 괜찮아'



 텐트를 얹기 전 방수포(그라운드시트)라는 것을 어느 방향, 어떤 크기로 깔아야 하나를 상의하는 중에 남들은 어떻게 하나 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능숙한 캠퍼들은 자그마한 텐트 옆에서 이미 맥주를 홀짝이며 음악을 듣는다.

'나도 빨리 의자 펴고 앉고 싶어. 아니 아니 그런 생각할 틈이 없어'

우린 텐트도 쳐야 하고 다 치면 밥도 해야 하고 불멍도 계획했기에 분주히 몸을 움직여본다. 남편과 함께 폴대를 끼우며 텐트 앞 뒤를 살핀다. 입구를 못 찾아 얼마나 헤맸는지 모른다.


"오빠 이 쪽 맞아? 아닌 것 같은데?"

"그래? 한 바퀴 돌려보자. 입구를 이쪽으로 하면 되겠지?"


 몇 번을 돌리고서야 텐트를 고정시킬 수 있었다.

이젠 실내를 손 볼 일이 남았다. 에어매트에 바람을 넣을 차례. 전기콘센트를 찾아 전동펌프에 시동을 켜니 소리가 너무 커서 당황스럽다. 이 정도 소음 괜찮은 건가 싶어 옆을 보니 옆, 옆옆 텐트들도 에어텐트인지 뭐 설치할 때나 만만치 않은 소리가 들려왔다. 모든 게 낯설다. 내 눈은 빠르게 주변을 훑어보기에 바쁘다.

어떤 텐트가 좋고 비싸고 그런 건 모른다. 팩은 제대로 박은 건지 확인하는 매의 눈. 우리 빼곤 여유로운 모습들이다.


 드디어 버너와 불판, 냄비 3가지 장비로 요리를 시작한다. 고기를 굽고 호기롭게 어묵탕도 한번 끓여본다. 밥은 햇반이고 야채는 상추뿐이다. 어묵탕을 덜어먹을 자그맣고 옴폭한 그릇이 없어 종이컵을 쓰고 어묵탕을 끓이겠다면서 국자도 안 챙긴 우리는 또 종이컵을 썼다. 종이컵이라도 챙겨서 다행이지 이마저 없었으면 어쩔 뻔했나 싶다.


고기 한점 넣고 주위를 둘러보니 그제야 주변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오빠 다들 왜 편안한 집을 두고 이 고생을 할까? 그런데 이거 넘 낭만적인데?"

"나도 오늘 처음 텐트 쳐보느라 힘들긴 한데 좋다 ~ 이래서 다니나 봐"

"근데 여기 좀 어둡지 않아?"

그렇다. 캠핑 조명이 너무 부족했던 우리. 어쩐지 너무 깜깜하다 생각했다. 최소한 큰 사이즈의 조명이 몇 개 더 있어야겠구나 싶은 조금은 어두운 식사시간이었다.


이제 배도 불렀겠다. 캠핑의 묘미 불멍타임이다. 한참을 장작에 불이 붙기만을 기다리다가 겨우 붙여내었다. 어떤 노하우도 장착이 안된 상태인 우리는 장작을 어떻게 놓는지, 불을 더 잘 붙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서서히 알아내는 중이다. 타닥타닥 타는 소리, 불씨가 커지는 모습을 눈으로 보니 그냥 멍하게 쳐다보게 된다.

비록 시시때때로 바뀌는 연기의 행방에 연신 컥컥 거리며 피해 다니긴 했지만 이 정도는 별일 아니다.


"은우야 너 밖에서 자는 거 싫다 하구 캠핑하는 거 안 내켜했었잖아. 와서 해보니 어때?"

"엄마 민형이가 왜 캠핑을 좋아하는지 알겠어요. 불멍 좋아요."

"그렇지? 엄마도 너무 좋아. 우리 이따 고구마도 한번 먹어보자"




 오래전 부모님과 바닷가에서 텐트 치고 잤던 기억이 있다. 그땐 오토캠핑이 뭐야. 전기콘센트가 있을 리 만무한 야생의 캠핑이었다. 햇반도 없으니 냄비밥을 했고, 버너 하나면 OK.  한여름의 바닷가였으니 다행이지 전기장판이 어디 있을 리 없다.

그 작은 텐트에 다섯이 꼬깃꼬깃 잠들었던. 특히 매너타임도 없던 시절이라 밤새  잠도 설쳤던 기억이 떠올랐다. 자주 갔던 계곡. 넓은 돌덩이나 평지만 있으면 거기가 그날의 우리 집이요. 물이 있으면 몸을 퐁당 담갔다. 간이 텐트를 쳐놓고 그 안에서 대충 물만 쓱쓱 닦고 옷 갈아입고 고기 먹고 과자에 수박에 우리의 여름날이 지나갔다. 그렇게 자란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다시 캠핑장 옆 계곡을 찾았다. 한여름이 아니라 계곡물은 너무 찼지만 옛 기억을 떠올리니 아이들에게도 좋은 추억을 심어주고 싶은 부모 마음이 어떤 마음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첫 캠핑을 해보니 자연이 주는 풍광에 매료되었다. 처음이라 필요한 게 무엇이고, 불필요한 게 무엇인지 판단이 어려웠다. 캠핑의 모든 짐을 양껏 싣기에 작다면 작은 우리 차 덕분에 오히려 덜어 낼 것을 덜어내고 진짜 필수품이 무엇인지를 더 깊이 생각해 보게 된다. 그리고 캠핑하기 전에 상상했던 두려움은 해보니 생각보다 별게 아니었고, 뜻밖의 감정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모든 일들이 그러지 않나 싶다. 처음 시도해 보기 전의 두려움은 있다. 모든 것은 해보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러니 나의 경험이 이러해서 누군가에게 이렇다고 단정 짓지도, 강하게 추천 or 비추천을 하는 것도 조심스럽다. 저마다 어떻게 느끼느냐도 다 다른 법. 직접 해봐야 안다. 두려움은 살짝 접어두고 새로움이 주는 설렘을 펼쳐보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들러 심리학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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